왜냐면
환자 수억대 치료비에 절망의 나락건보 재정 지원은 타당한 방식 아니다
국가가 별도 기금 마련하는 게
희귀질환자 가족과 건보 안정성 지키는 일 지난 9월5일치 <한겨레>에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되었다. ‘선천성 면역결핍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수현이 이야기였다. 아이의 몸은 약과 주사로 ‘전쟁터’였고, 그래서 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들보다 신체적 성장마저 늦는다고 했다. 더군다나 수현이의 치료비는 주사비만 5억원이 넘고, 전체 의료비는 모두 6억원이나 되어 가정형편마저 어렵게 되었다. 자식의 질병을 치료하여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치료비 때문에 집안이 저소득층으로 추락하는 것마저도 감내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주사비 중 9100만원이 급여기준을 벗어났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통보를 보냈다고 하니, 수현이의 부모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기가 막힌 심정이었을 것 같다. 이 기사 내용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커다란 의문이 생겼다. 왜 수현이의 치료비를 환자 가족이 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수현이네가 의료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었고, 그래서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었던 점은 차치하고라도, 1억원에 가까운 치료비를 왜 수현이네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실 수현이가 앓고 있는 희귀질환은 의학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못하였을 터이고, 얼마만한 치료비가 들어갈지 알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국가가 이런 환자들을 돌보아 주어야 한다.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있으므로 희귀질환자를 둔 가정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일을 국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희귀질환자의 치료비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이용하여 지원하는 것은 타당한 방식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은 전국민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만든 재정이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재정 차원에서 ‘희귀난치 환자 1명을 치료해야 하는가, 아니면 같은 돈으로 10명의 치료비를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스러운 상황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이는 저소득층의 의료보장을 위한 의료급여 제도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희귀난치 질환자의 치료비는 국가가 국민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재정과는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보호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것인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이렇게 희귀난치 질환자의 치료비를 국가가 별도의 예산이나 기금으로 만들어 하게 되면, 수현이 같은 희귀질환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에서 적용하는 급여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문제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지 못한 희귀난치 질환자의 치료를 위해 국민건강보험의 급여기준을 넘어서는 것을 융통성 있게 허용하고 받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병원과 의사가 희귀질환자를 위해 임의로 치료방법을 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희귀질환자 치료를 위해 국가에서 만든 기금으로 치료비를 대고 있다면, 희귀난치 질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의사는 적정한 치료방법과 치료비 규모에 대해 타당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희귀질환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허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점에서 수현이의 경우에도 왜 그 많은 항생제와 항균제를 써야 했는지, 그리고 수억원이나 되는 치료비가 적정한 것이었는지 의사와 병원 쪽에서도 사회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한겨레>에서 보도하여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마당에 병원과 의사는 이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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