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원산지 강화·식품범죄 엄벌한다 하더라도식자재 세계적 생산과 유통 이뤄진다면
소비자 안전 외면 당해 또다른 문제 발생
가까운 지역 생산-소비 먹거리공동체만이 대안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멜라민은 식품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성분이다. 하지만 좀더 많은 수입과 이윤을 얻고자 하는 우유 생산자 또는 가공업체의 사욕으로 이를 식품에 첨가하면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태로 채 말도 못하고 분유가 주식인 어린아이들이 1차적인 피해자가 되었다. 중국에서 멜라민 첨가 분유를 먹은 어린아이 4명이 죽었고, 5만명 정도 피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더 피해가 드러날 전망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멜라민을 첨가한 분유, 유가공 식품 등이 중국에서만 유통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도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복잡한 식품 생산 및 유통 체계를 생각할 때, 그러한 제품들이 생산되고 유통된 나라들만 밝히는 데도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도 중국에서 주문자 생산으로 만든 제품, 그리고 중국에서 생산되어 수입된 제품과 중국산 원료를 들여와 만든 식품에서 멜라민이 포함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지금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멜라민이 들어 있는 제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자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양어장 사료, 식용 개 사료 등에서도 멜라민 성분이 확인되어 국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멜라민 사태가 일어나자 정부와 여당도 허술한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하고 식품유해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 문제 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마트 등에서 구입하는 제품에 대해 문제 삼으면서,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러한 조처들이 멜라민과 같은 사태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처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대책이나 대응이 아니며, 이러한 사태를 줄이기 위한 예방 대책에도 미흡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제시된 식품표시에 대한 강화나 식품유해업자에 대한 처벌도 이전의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 식품에 대한 집단소송제도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유명무실할 수 있다. 또 일부 집단이 초국적 식품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부들이 자녀들에게 간식 등을 직접 만들어 먹이는 일도 반갑기는 하지만, 식재료에 이미 농약과 방부제가 들어 있다면,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인다고 안심할 사정은 아니다. 멜라민에 대한 근본대책은 이번 사태가 세계 식량체계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규제 속에 식자재의 세계적인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지면 다음번에는 형태를 달리하여 다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식재료의 생산자나 식품의 가공업자가 소비자의 안전을 직접 책임지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으며, 또 이윤이 소비자의 건강보다 중시되는 상황에서는 멜라민 사태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멜라민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될수록이면 우리의 먹거리 생산과 소비가 지역 수준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먹거리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자신이 생산하는 먹거리와 자신이 먹는 먹거리에 대해 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먹거리 생산자들이 소비자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가진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서 먹거리의 공동생산자가 되어 좋은 먹거리가 생산되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로컬푸드(제 고장 먹거리)는 글로벌푸드에 비해 영양면에서 좋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며, 또 이동거리가 짧아 지금 현안인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안전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먹거리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아는 관계 속에 생산하고, 소비하는 로컬푸드가 정답이다. 로컬푸드는 또 지금 위기에 처한 각국의 지역 농업을 살리고, 어려움에 빠진 농민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이번 멜라민 사태가 로컬푸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종덕 경남대 교수·로컬푸드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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