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크는 대형마트농협은 조합원 생산물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런데 산지시장을 마트에게 내준다면
농민도 손해 보는 무모한 싸움
소비지 시장이 아니라 산지시장 회복하라 지난 9월19일 발표된 농협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런 와중에 농협의 하나로마트들이 대도시에서는 이마트나 홈에버,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에 밀리고, 중소도시에서는 매장의 넓이가 3000㎡(909평) 이하인 슈퍼 슈퍼마켓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업체(롯데슈퍼, 지에스 수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들에게 밀리고 있다. 이제는 머지않아 농촌의 읍면 지역에서까지 농협 하나로마트가 이들에게 밀리는 것은 아닐지가 걱정될 정도이다. 왜 이럴까? 농협은 1인 1표를 바탕으로 한 인적 조직이고, 마트들은 출자금액에 따라서 의결권을 주는 자본적 조직이라서 그런 것인가?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1표씩을 나누어 가져서 모두가 주인이고 책임도 모두가 나누어 져야 하고, 그래서 결국은 전적인 책임을 한두 사람에게 물을 수 없는데 비하여, 회사법인은 가장 많은 자본을 출자한 사람이 회사의 주인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모든 것을 책임지기 때문인 것인가? 그보다는 처음부터 구도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농협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의 조합이고, 마트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하고, 그것을 잘할수록 커가는 것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만 있다면 수입도 당연한 것이 마트들이다. 그러나 농협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이 첫째고, 그래서 구색을 갖추기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싸게 사서’는 없고, ‘비싸게 팔아야 하는 일’만 있기 때문에 마트와 맞붙으면 농협 하나로마트가 이길 수 없다.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농산물을 살 때 다양한 상품들 중에서 선택하려고 한다. 비록 수입 쇠고기를 사지는 않더라도, 미국산도 진열되어 있고, 호주산도 진열되어 있고, 한우도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사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농산물도 사고, 공산품도 여러 가지 중에서 골라서 살 수 있는 곳을 더 자주 찾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는 대형 마트들이 지방 대도시의 농협 하나로마트와 멀지 않은 곳에 매장을 열고 과감하게 뛰어든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이 한계를 도시의 소비지 시장에서 농협 하나로마트가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산물이 생산되는 산지 시장은 농협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생산자들이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조합원들 사이를 마트의 산지 수집책인 벤더들이 피비(Private Brand)라는 유통업체 브랜드 등을 앞세워 헤집고 다니고 있다. 농협이 자신들의 뿌리가 있는 산지 시장을 마트들에게 내주고, 적지나 다름없는 도시의 소비지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래서 무모해 보이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농협은 무엇보다도 먼저 산지 시장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마트들에게 내주었던 산지 수집 기능을 회복하고, 유통업체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생산자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농협 하나로마트는 소비지 시장에서 중대형 마트들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마트들의 피비 상품이 소비자들 속에 자리를 잡게 되면, 수년 전 홈플러스의 피비 상표를 붙인 중국산 김치를 ‘싸게’ 수입하여 파는 것과 같은 일들이 더 폭넓게 더 자주 일어날 것이고, 여기에 농협 하나로마트는 ‘우리 김치’로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이 소비지 시장을 놓고 마트들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경쟁하는 것보다는 산지 시장을 회복하는 일이 더 급하고 절실하다. 산지 시장 회복이 소비지 시장 쟁탈전보다 훨씬 쉽고 승산도 높을 뿐 아니라, 농민 조합원들에게도 더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영석/한국농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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