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스카이대 소수정예주의는 답 아니다 / 성지훈

왜냐면

강준만 교수 ‘사교육 착취 시스템’ 칼럼을 읽고

이른바 ‘스카이’(SKY)라 불리는 명문대 졸업생들이 한국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일종의 ‘학벌 권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또 이 학벌 권력이 과도한 명문대 집착을 낳고 이 집착은 사교육 시장의 과열을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의 생각처럼 스카이를 ‘소수정예주의’로 만든다고 이 현상이 해결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소수 정예로 운영돼 입학의 길이 더욱 좁아진 스카이 대학은 더욱 공고한 학벌 권력을 갖게 되고, 그 권력을 잡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테니 좁아진 문은 오히려 사교육의 과열을 부추기는 윤활유가 될 테다. 마침내는 더 많은 사교육비를 투자한 사람이 더욱 공고한 권력을 갖게 되는 부와 권력의 대물림 현상이 굳어질 테고 사회는 지금보다 더 계층의 수직 이동이 어려운 사회로 변모해 갈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강준만 교수의 대안은 정답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문제는 학벌 그 자체다. 최종학력을 서열화하고 그 학력의 서열이 곧 사람의 서열이 되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대학의 서열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그 서열을 ‘존경’하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강준만 교수의 말처럼 우리나라에는 대학생이 많다. 실제로 1990년에 33% 정도이던 대학 진학률이 2006년에는 82%까지 올랐다. 이 많은 학생들이 전부 대학에서의 진리 탐구와 학업 정진을 목표로 대학에 입학했다고 보긴 어렵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통과의례’쯤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들 중에는 음악을 하고 싶었던 이도 있을 것이고, 영화를 만들고 싶던 이도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싶었던 이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이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명문대학을 나와야지 가능한 것들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대학의 서열로 그림과 미술과 음악과 문학을 나아가 사람을 판단할 뿐이다. 사회는 서열을 요구하고 대학은 서열을 판매하고 학생들은 대학서열의 구매자로 전락하는 사회인 것이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학벌 중심의 사회 시스템, 사람보다 학력이 우선되는 사회가 모든 문제의 시발인 것이다.

사교육비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강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과학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근본모순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것이다. 상처가 나면 약을 발라야지 예전부터 그래 왔다고 된장만 바르다간 상처는 덧나고 만다.

성지훈/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