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 이익에 부화뇌동촛불반대 정신교육·불온서적 선정·불온 연애 금지…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작태 연발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정권에 장단까지
정권은 짧고 군대는 영원하다 국방부, 좀 의연할 수 없을까? 국가안보의 최후보루인 군을 지휘통제하고 있는 국방부가 정치권력을 의식하여 촐싹거린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장병들의 자부심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방부 장관은 국무위원의 일원이란 점에서 정치인이긴 하지만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헌법에 따라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에게는 ‘군정권’과 ‘군령권’이 함께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장관이 현역 군인인 것처럼 인식되어 국민은 물론 장병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육군 정훈감으로 재직하던 전두환 정권 말기,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국민여론이 한창 들끓고 있었다. 육본 작전그룹회의에서 참모부장은 “정훈감! 일부 정치권에서 개헌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우리 군은 확고하게 ‘호헌 교육’을 해야 하지 않겠소!”라 했다. 나는 “부장님, 어떤 정당에서는 개헌을 해야 한다 주장하고 다른 정당에서는 호헌을 하겠다는데 왜 우리 군이 거기 끼어서 특정 정당의 편을 듭니까?” 했다가 뭇 장군들의 따가운 눈총은 물론이거니와 참모총장에게 불려가 크게 혼난 적이 있다. 결국은 6·10 민주항쟁의 노도에 밀려 정부·여당이 항복해 개헌을 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국방부가 취해온 행태를 보면 ‘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중대 원칙이 무너져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심히 염려된다. 6·10 항쟁에 못지않았던 촛불집회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긍정적 정서와 달리, 정부·여당은 과격 불법시위라 트집 잡아 공안정국으로 몰고 갔다. 군은 당연히 이런 사안에 초연해야 하는데도 잽싸게 촛불집회의 부당성에 대한 정훈교육을 실시하고 촛불 예비군의 군복 착용에 대해 속 들여다보이는 엄포를 놨다.
국방부는 공안정국 조성에 도움 줄 수 있는 건을 찾아 실적 올리기에 조급한 것 같다. 어설픈 군 관련 여간첩 사건을 발표하여 국민을 실소하게 만들더니 군인들에게는 냉전 정신교육을 시켜 과거로 돌리겠다고 한다. 급기야 전두환 5공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내용을 교과서에 포함시켜 달라고 교육과학부에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보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사건건 노무현 전 정권 탓을 하는 정부에 장단 맞춰 지난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는 점이다. 국방부의 한심스런 발상의 대미는 불온서적 군내 반입 금지다. 여러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이는 이미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어 있다. ‘불온 연애 금지’라는 지시도 내렸다가 거둬들이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참여정부가 기득권층의 집요한 반대를 무릅쓰고 전향적으로 발전시키려 애써 온 군 사법제도 개혁,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 문제 등을 폄훼하며 군을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은 고급간부 출신 예비역들과 친일독재의 대를 이은 냉전극우세력들만의 군대가 아니다. 그들에게 볼모 잡혀 주눅 들어 있을 이유가 없다. 정권은 짧지만,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군대는 영원하다. 국방부는 군이 공안정국 조성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해 앞장서지 않도록 자존을 지켜 의연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표명렬/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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