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3 20:05
수정 : 2005.01.13 20:05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인천 부평 집에서 매우 먼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이다. 오늘도 온수역에서 7호선 전철을 타고 자리를 잡은 뒤에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잠을 청했다. 몇 정거장이 지나 이제 막 잠이 든 상태였는데 갑자기 옆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졸린 눈을 뜨고 무언가 싶어 옆을 보니, 한 아저씨가 멋있게 생긴 휴대폰을 가지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조금 보다 말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 이 아저씨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 보는 것도 아니었다. 달리는 기차소리와 정거장 안내방송 이외에는 신문 넘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출근 열차에서는 그 조악한 스피커 소리는 귀에 많이 거슬렸다.
참다 못해서 텔레비전을 좀 꺼달라고 부탁했다. 그 뒤로 몇 마디 사소한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
“잠은 집에서 주무시고 신문이나 보시지 왜 시비예요?” 난 할말을 잃었다.
위성 디엠비가 시험방송에 들어갔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는 휴대폰이 판매되기 시작하면 이곳저곳에서 휴대폰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벨로시, 음악소리에 이어 방송까지 휴대폰 공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휴대폰 예절이 공공장소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 규제를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위성 디엠비 관련 통신회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부을 것이라 예상된다. 통신서비스 회사들도 단지 서비스의 판매에만 열중하지 말고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예절에 관한 캠페인도 같이 벌여 나가는 것이 휴대폰 이용자나 휴대폰 공해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휴대폰 공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휴대폰 텔레비전 이용에 싸늘하게 반응하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 같다. “분위기 해치지 말고 텔레비전은 집에나 가서 보세요.”
한상수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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