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1만5천명 새로 지원하며기존 2만5천명 탈락시켜
벼랑끝 빈민 고통으로 내몰아
제발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늘려라 보건복지가족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뼈대로 하는 ‘사회안전망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 발표 자료를 보면 1만5천명의 신규 수급자가 생길 것이라고 한다. 그 뒤 저소득층 노인의 별도가구 인정특례 허용조처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수급자 수가 올해보다 만명이 줄어들었다. 신규 수급자가 1만5천명이 생기는데도 총 수급자의 수를 예산에 맞추자면 2만5천명의 기존 수급자가 탈락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준을 완화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급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것은 조사 강화로 부정수급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정부는 수급자 소득과 재산 관련 각종 전산자료를 복지행정망을 통해 확인하고, 의심되는 가구에 대해서는 정밀분석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일선에 지침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독려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렇듯 부정수급자 솎아내기가 시작되자 한국빈곤문제연구소의 상담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 “아버지는 어디 사는지 모르고, 연락도 안 돼요.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더니, 아버지 주민등록이 말소되어야 수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버지 주소지는 예전에 살았던 곳인데, 안 사는 것을 집주인이 얘기해서 다 아는데도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남아 있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 “희귀 난치성 질환인 베체트병을 앓고 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진단서가 필요없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구청에서 진단서를 당장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 “통장을 샅샅이 살펴본 후에 “외식(지난 6개월 동안 한번)도 했네요”라며 씀씀이가 크다고 그러더군요. 할말을 잃었습니다. 저희 집에 와 보지도 않고는 실사 왔었다고 거짓말까지 해달라고 했습니다.” # “중증 우울증으로 치료받고 있는데요. ‘근로가 힘들다’는 문구까지 넣은 진단서를 받아 오랍니다. 지침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시민단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을 80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보건복지가족부도 160만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1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전대미문의 위기”라고 말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생존의 벼랑 끝에 선 사각지대 빈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부정수급자 찾기’라는 이름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법으로 수급자 솎아내기를 하고 있다. 노숙자의 뒤를 졸졸 따라가서 무료급식 하는 것을 찾아내면, 공짜 점심이라는 현물급여를 받았다는 증거를 들이대면서 급여에서 밥값을 빼고 주는 식으로 제도를 운영할 것 같아서 두렵다. 빈민이 대량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이 시기에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적어도 160만명분(정부가 발표한 사각지대 수급자 수)이 더 증가되어야 된다. 그럼에도 오히려 기존의 수급자를 2만5천명이나 부정수급자로 몰아서 탈락시키겠다는 것은 복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예산 심의는 국회로 넘어갔다. 의원님들, 제발 최후의 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 예산을 상향조정해 주세요.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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