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도, 주민 반대로 그만뒀던 해군기지 또 꺼내휴양형 주거단지에는 초고층 호텔 우후죽순
아름답고 푸른 제주 회색도시로 망가진다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를 만든다고 한다. 화순에 만든다고 하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그만두었다. 위미에 만든다고 하다가 역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그만두었다. 그만하면 주민들의 뜻을 충분히 알았을 텐데 또다시 해군기지를 밀어붙인다. 이번엔 강정마을이다. 도의 발표에 따르면 강정마을주민회의에서 찬성으로 결정이 났다고 하지만 실제 주민투표는 없었다고 들었다. 오랫동안 오순도순 살아왔던 마을주민들이 해군기지건설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소 닭 보듯이 한다. 도지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도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 텐데 왜 주민들의 뜻에 반하는 일을 추진하는지 알 수가 없다. 4·3의 상흔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이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4·3을 폄훼하고 있다. 끔찍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제주에 해군기지라니? 예례동 휴양형 주거단지에 초고층 호텔이 들어선다고 한다. 50층짜리 레지던스호텔(240m)과, 38층짜리 리조트호텔(170m), 그리고 27층짜리 카지노호텔(140m)을 짓는다고 한다. 기존의 호텔들과 펜션들도 낮은 투숙률로 힘들어하는데 시에스호텔과 컨벤션센터 사이에 앵커호텔이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지척인 예례동에 또 초고층 호텔이라니? 제주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아무런 악취가 없는 맑은 공기, 깨끗한 산과 바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다디단 물. 그중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조망권이다. 산과 들, 바다 어디를 봐도 탁 트인 조망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 제주에 초고층 건물을 허용한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외자유치를 위해서 마지막 속옷까지 벗어주는 형국이다. 그렇게 삽질이 하고 싶다면 차라리 놀이동산이 어떨까? 예례동에 서울랜드나 에버랜드 같은 놀이동산을 만들자. 그리고 롤러코스터가 시퍼런 바다를 향해 떨어지도록 설계하자.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롤러코스터가 유리관을 통해 바다 속을 지나가게 하자. 바다 위를 나는 스카이-엑스나 번지점프도 반응이 좋을 것이다. 적어도 초고층 건물보다는 덜 흉측할 것이며, 수익 또한 보장될 테니까.
컨벤션센터와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은 해마다 적자를 보는 애물단지다. 서귀포 신시가지에도 빈 땅이 많은데 바로 옆에 혁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도대체 누가 들어와 살 것인지? 수요 예측을 하기는 했는지도 궁금하다. 영어도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는 외국의 모 대학 분교가 들어오기로 했다가 그만뒀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제주와 목포 사이에 해저터널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건 제주를 아예 통째로 말아먹자는 얘기다. 제주의 자연환경이 육지에 비해서 잘 보존된 건 제주인의 높은 환경의식 때문이 아니다. 섬이라는 특수성, 불편한 교통여건 때문이다. 그게 극복된다고 해서 관광산업이 발전하는 건 아니다. 도리어 아름답고 푸른 제주가 서울과 다를 것 없는 회색도시로 망가질 것이다. 제주인은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별다른 외부의 도움 없이 살아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외자유치나 개발 대신 열심히 농사짓고,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면 어떨까? 오성근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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