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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4 20:24 수정 : 2009.01.15 09:46

왜냐면

대운하 반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제 강의를 인용해 명예를 손상당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논리라 말한 적 없습니다 박경리 선생이 건천화 걱정하셨단 말보다 대운하에 극력 반대했다는 인용을 했다면 고인 뜻을 더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을까요?

최근 정부가 화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사업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의혹이 일어나고 있는 터에 한 월간지에 지속가능발전위원장께서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고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셨습니다. 이 글에서 위원장께서는 “대운하에 대한 반대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제목 아래 반대론자들의 성토가 “반대를 위한 반대논리”라고 제가 말한 것처럼 제 강연 내용을 인용하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진정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이 명예를 손상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점부터 분명히 밝힙니다. 지금도 저는 대운하 사업을 반대하던 주위 분들이 과학적 근거와 자료에 의거해서 반론을 펴려고 무척 노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작년 대운하 사업에 대한 토론회는 찬성 쪽과 반대 쪽의 격한 주장으로 과열되었습니다. 필자가 강연에서 강조한 것은, 대운하 사업에 관하여 찬성 쪽이나 반대 쪽이나 상대방을 압도할 만큼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에 과학적 근거와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찬반 양쪽 모두 소모적 논쟁을 그만두고 이제부터라도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축적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압도할 만큼 확고한 과학적 근거 없이 말한다는 것이 곧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를 편다는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강연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듣는 사람의 마음대로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일반 국민이 지속가능발전위원장과 같은 고위직 공직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우선 공정한 해석과 판단입니다. 예를 들어서 굳이 필자의 강연 내용을 인용하신다면, 대운하를 추진하는 쪽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강한 주장을 폈다고 언급해 주셨으면 제 강연의 취지가 조금이라도 더 공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대운하를 추진하는 쪽이 공사비를 산정할 때 마치 강바닥에서 6미터 아래까지 모두 모래와 자갈로 차 있는 것처럼 가정한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말씀도 해주셨더라면 제 강연의 취지가 훨씬 더 정확하게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이왕 하천의 수질에 대하여 말씀하신다면, 4대 강의 수질이 나쁘다는 통계자료만 인용하실 것이 아니라 4대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류의 물은 훨씬 더 더럽다는 통계자료도 인용하시는 것이 더 공정한 처사였을 것입니다. 이왕 치수에 대하여 말씀하신다면, 4대 강보다는 지류에서 홍수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한다는 통계자료를 제시하셨더라면 국민이 사태를 더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작년 연말 위원장께서는 한 일간신문 기고문에서 평소 존경하는 박경리 선생을 인용하였는데, 이 경우에도 그분이 생전에 하천의 건천화를 걱정하셨다는 사실만 인용하실 것이 아니라 대운하 사업에 극력 반대하셨다는 사실도 같이 인용하셨더라면 고인의 뜻이 국민에게 더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국민이 고위공직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좌와 우, 위와 아래,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두루 살피고 고루 어루만져 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요즈음 대통령 주위에는 한쪽 얘기만 올리는 사람들뿐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그런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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