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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1 18:57 수정 : 2009.01.21 18:57

왜냐면

그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가 올린 글은 여전히 사실로 존재하고
수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다
어이없는 죄목으로 구속당했다는 게 중요

<신동아>와 검찰 간의 ‘미네르바 진위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신동아 쪽은 미네르바가 일곱 명으로 구성된 팀이고, 현재 잡혀 있는 사람은 관계가 없거나 관계가 있어도 글을 대신 올리기만 했던 사람으로 보고 있다.

요즘 미네르바 얘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만나면 다들 한마디씩 꺼내기 마련이다. 1991년 박노해 시인이 잡혔을 때도 이랬던가. 당시 박노해 시인은 실제 <노동의 새벽>을 쓴 노동자 시인으로 밝혀졌고,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물론, 현재는 사면받고 잘 살고 계신다. 박노해는 과거 군사정권의 ‘반공주의’로 고생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오늘날 미네르바와 박노해 시인이 겹쳐지는 것은, 과거의 정권과 오늘날의 정권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런데 미네르바가 누구일지 좀더 ‘불온하게’ 상상을 해보자. 예컨대 미네르바의 구속과 진위 논란이 정부의 언론플레이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상상’이다. 정부는 촛불을 두려워하고, 그에 대한 반격으로 엠비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시민들을 집회에 못 나오게 하고 ‘피디수첩’ 같은 방송을 없애는 게 법안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지난해 정부를 제대로 ‘우롱’했던 미네르바를 처참하게 깎아내려야 했다. 처음에는 절필을 선언했던 미네르바가 ‘사죄문’을 아고라에 올림으로써 글에 대한 진위 논란을 일으키고, 그 다음 바로 그를 구속한다. 사람들은 환상 속의 미네르바가 30대 무직에 전문대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분노 내지는 허탈함을 맛보고, 그를 욕하거나 혹은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라며 열을 올린다. 그러나 괴벨스가 과거 독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진짜든 가짜든 ‘허위사실 유포’라는 어이없는 죄목으로 구속당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미네르바가 누구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에 올렸던 글은 여전히 하나의 사실로서 존재하고, 쓴 사람과 관계없이 그것은 정부의 변화를 원했던 수많은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미네르바는 우리에게 처절한 깨달음과 분노가 없으면, 대다수 한국인들은 절망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지금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할 것은 여전히 설득력 있는 ‘미네르바의 의견’이다. 그렇게 촛불시대의 미네르바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버전의 미네르바로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네르바의 작은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 라디오를 듣다보면 “이명박 대통령은~”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특히 <한국방송>(KBS)에서. 한국방송은 격주 월요일 아침마다 대통령 연설까지 틀어준다. 다시금 ‘땡전뉴스’가 떠오른다. 점점 힘겨워질 삶을 버텨낼 자신이 없다면, 미네르바의 글에 담긴 ‘분노’를 잊어선 안 된다.

정철운 경기 용인시 신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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