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6년간 논의한 동해고속도로 방식도로공사 제안 방식 변경않고 추진
콘크리트 구조물 관광지 매력 감퇴
세계보호지구에 대한 위신도 실추 설악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2005년 보호범주2로 인정하고 세계보호지구 목록(WDPA)에 등재된 지역이다. 현재는 산악형 국립공원 중 북한산과 덕유산만 빼고 모두 보호범주2로 등재되어 있지만 설악산이 한국 최초였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지역인데 현재 외설악 외곽으로 동해고속도로가 예정되어 있고 이미 6년 전부터 공청회를 통하여 가장 바람직한 건설방식을 찾고 있다. 마지막 설계공청회에 국제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도로공사에서 내놓은 제안이란 외설악 입구에 고가도로 형식의 고속도로를 놓고 국립공원 일부가 도로에 편입되는 설계였다. 그런데 환경단체나 주민들의 반대로 이미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았음에도 설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며 한국 최초의 2급 보호지역 앞에 그런 형태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도로공사의 발상이 놀라웠다. 오직 법정 속도에 적절한 고속도로 건설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며 온 국토를 흉측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도배한 그들이었으니 생각의 범위가 거기에 그쳤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설악산 앞에는 관광단지가 있으며 이미 4차선 도로가 있다. 더욱이 설악산과 동해바다 사이에는 공간이 많지 않으니 주민문제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걸려 있는데도 별다른 대안이 없었고 기껏 생각하는 것이 보상이니, 말로만 친환경적이니 하는 구태의연한 대책이었다. 필자는 토목전문가가 아니지만 한 가지 제안으로 스위스 노이샤텔시를 관통하는 반지하형 고속도로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물론 그런 제안이 반드시 옳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공원 앞에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는 무언가 다른 발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시 설계 담당자들은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였는데 1년이 지난 지금 그런 사실은 완전히 잊혀지고 다시 고가도로 형태로 얘기가 된다고 한다. 참으로 답답한 것은 속초시는 무조건 고속도로만 생기면 무언가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건설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는 어떠한가? 설악산에 도착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오히려 숙박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양평~홍천을 지나 내설악으로 들어오는 4차선 도로는 이미 설악산을 당일치기 산행지로 만들었다. 성수기에 그 많은 관광객들이 그냥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관광단지 옆에 굉음을 내는 고속도로가 설치되면 관광단지로서의 매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반지하형 고속도로처럼 각종 공해와 주변경관 훼손을 극소화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속초시는 자연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도시로 부각되고, 도로공사 역시 ‘환경우선’이라는 구호에 걸맞게 도로건설을 위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국제기구에 인정을 받아 등재가 되면 거기에 상응하는 관리의무가 주어진다. 이것은 단순히 해당부서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2급 보호지구로 등재해 놓고도 굉음과 불빛 등으로 자연생태계 피해가 불 보듯 한데 눈을 감는다는 것은 경제규모 10위 운운하는 국가위신을 다시금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다.
윤영일 공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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