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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5 22:19 수정 : 2009.04.15 22:19

왜냐면

학생 희망 중시했던 방과후 학교
노골적인 입시 보충수업 변질
극소수 수월성 교육도 문제
학원행 줄지 않아 이중의 부담

방과후 학교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우선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를 국어·영어·수학을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2007년까지만 해도 교과 보충수업이 전혀 없었지만, 지난해 3.1%에 이어 올해는 노골적인 국·영·수 보충수업을 실시하려는 것이다.

경기도 한 지역의 중학생 1500여명은 3월부터 밤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전북도와 일선 시·군은 방과후 학교에 58억원을 지원한단다. 도내 73개 인문계 고교의 성적 상위 5~20% 이내 학생 2천여명에 대한 수월성 교육을 시키려 하는 것이다. 전주시, 익산시, 순창군을 제외한 11개 시·군, 12개(정읍 지역이 두 곳) 거점학교에서 국·영·수·논술 등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위의 사례에서 보는 방과후 학교의 공통점은 학교의 학원화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학교의 학원화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가 앞장서 일제고사 시행과 성적공개를 통해 이 땅의 아이들을 ‘교육전쟁’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으니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의 본래 의도는 그게 아니다. 방과후 학교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름은 달랐지만,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을 통해서다. 그 핵심인 특기·적성교육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제법 참신한 발상이었다.

특기·적성교육은 김대중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학교 실정과 지역 특성에 맞게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 글쓰기·영어회화·컴퓨터·예체능 프로그램들이 개설되었다. 입시지옥의 성적지상주의와 사뭇 다른 교육활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 역시 어느 여고에서 글쓰기반 방과후 교육을 재미있고도 신나게 한 바 있다.

방과후 교육이 방과후 학교로 정립된 것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다. 교육분야에 대해 어떤 대책이나 정책도 내놓지 못한 참여정부는 방과후 학교에 올인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사교육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학교 내 과외를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방과후 학교가 난리 속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자율과 경쟁을 기치로 내걸고 대입 3불 폐지니 성적 나쁜 학교장 인사조치 따위를 떠들어대니 이전까지 무사했던 초등학생들마저 국·영·수 위주의 입시지옥 회오리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그렇게 변질된 방과후 학교에도 학원행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아이들이나 학부모에게 이중의 부담만 지게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보다는 온갖 사교육의 주범인 대학입시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예컨대 이른바 일류대를 정규수업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도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의 방과후 학교를 빙자한 수월성 교육은 또 다른 문제이다.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전문계 고교와의 형평성도 그렇지만, 같은 인문계 고교에서마저 극소수 학생만을 특별 대접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 혈세를 재원으로 하는 수월성 교육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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