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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내가 겪은 황당한 대한민국 검찰 / 이윤석 |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혐의 입증을 자신하던 검찰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즉각 항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겪었던 검찰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는 한 인터넷 언론사에 학부모를 성추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한 중학교 교사에 대한 기사를 썼다. 문제는 이후 해당 교사가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그 교사는 내게 모든 내용이 허위라고 진술해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유혹했다. 달콤했다. 이제 갓 대학생 된 내가 법정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대학생으로서 엄연히 내가 취재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기존의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례집을 살펴본 결과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검찰은 나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이후 정식 재판으로 이어지며 3년 가까이 지루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문제는 검찰의 행동이었다. 사건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몇몇 공판검사들은 매번 “아직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증인을 찾는 중이니 조금만 시간을 더 달라”며 재판을 질질 끌기 일쑤였다. 어렵사리 대학교 강의까지 빠지면서 꼬박꼬박 재판에 참석한 나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한 검사는 끝내 혐의 입증을 하지 못하자 내게 “무죄라는 걸 입증해 보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형사 법정에서 혐의 입증의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건 법과 사회를 배운 고등학생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와 변호사는 검사에게 강하게 반발했고, 재판장 역시 검사에게 “형사 법정에서 혐의 입증의 책임은 검찰 쪽에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당시 나는 피해자의 전화통화 녹취록과 법정증언 등 상당수의 객관적 증거자료를 확보한 상태였다. 일방적으로 고소인의 주장에만 의지한 검찰의 기소는 처음부터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법정공방 끝에 나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결국에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요즘 각종 이슈의 중심에 검찰이 서 있다. 그런데 검찰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검찰 맞아?’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죽했으면 여당 정치인의 입에서도 검찰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왔을까. 부디 앞으로는 검찰이 섣불리 행동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검찰 정신 차려라.
이윤석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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