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경기, 특별기구까지 꾸려하구 26㎞ 준설 추진
골재 채취 허용 때
임진강 생태계 치명상 지난 3월, 경기도는 ‘강변에 살자’는 슬로건을 들고 나오면서 ‘한강 잇기’ 6대 사업을 발표했다. 뜬금없는 일이다. 한강이야말로 4대강 가운데 둑이나 보로 강이 끊기지 않은 유일한 강인데 새삼 ‘한강 잇기’라는 발상이 나오니 수상쩍기도 하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니 ‘통일대비 녹색 교통망 구축’을 위해 한강-임진강 하구 24.6㎞를 준설하겠다는 계획이 서 있었다. 그 며칠 뒤 경기2청은 하도 준설을 조기 추진할 수 있도록 특별 전담기구를 꾸린다고 발표했다. 한강-임진강 하구 지역은 한국전쟁 이래로 ‘결빙’한 남북관계 ‘덕분’에 오히려 개발 욕망의 대상에서 한참을 비켜나 있을 수 있었다. 강물 그 자체가 비무장지대의 최남단 경계로 되어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민간인 통제선인 지역도 있어서 군사적인 이유로도 범접하기 어려웠다. 남북 대치는 역설적으로 이 지역을 환경적으로 특출난 곳으로 거듭나게 했다. 강 하구 경관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물고기인 어름치와 법정 보호종인 ‘두우쟁이’, ‘묵납자루’를 비롯해 황복, 참게 등 각별한 토산 어종이 노니는 곳이 된 것이다. 물가에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등 20여종의 천연기념물 조류를 비롯한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날아드는 곳으로, 국내에서 종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 산림 생태계와 남북으로 뻗은 해양 생태계, 바다 생태계와 민물 생태계가 교차하는 지점으로서의 생태적 특이성과 풍요로움은 그렇게 이뤄진 것이다. 이런 가치를 인정하여 정부는 2006년 이 지역을 습지보전법상의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유엔은 2007년 한강-임진강 하구를 갯벌보전 시범사업 지구로 지정해 놓았다. 한편 이 땅은 토건업자들의 눈에는 돈 되는 모래와 자갈이 그득하게 쌓여 있는 노다지로 부각되어 왔다. 그들은 임진강변 장좌리 지구에서, 동파지구에서, 초평도 지구에서, 마정지구에서, 사목지구에서, 거곡지구에서 ‘골재 채취’, ‘하도 준설’, ‘물 흐름 개선사업’ 등 이름을 바꿔가며 골재를 파내기 위한 치열한 탐색전을 벌여 왔다. 이렇듯 구간구간 시도되던 골재 채취 사업의 결정판은 파주시가 제출한 ‘임진강 준설사업’으로서 이번에 김문수 도지사가 겨냥한 사업과 동일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 시절 환경부는 개발 가치와 환경 가치의 위험한 힘겨루기에서 환경 가치를 아예 모르쇠하지는 않았다. 골재를 긁어낼 경우, 강바닥에 사는 생물들과 물고기 산란처, 서식처들이 대번에 파괴되고, 부유 토사가 물고기들의 알과 치어들을 뒤덮고, 그들의 먹이터를 결딴내어 이 강 생태계가 큰 상처를 입게 되리라는 기본적 문제의식을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방부 또한 북과 대치하고 있는 군사상의 이유로 이 사업을 허가하지 않았다. 정부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들이 그 이전의 정책적 결론을 엎는다면 이는 이 정부가 정책을 합리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불신과 회의를 키울 것이다. 안보적 사정도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개발 만능주의로 치달리는 한나라당 정부가 들어섰다는 점뿐이다. 그런데 김문수 지사는 기존에 추진되던 임진강 구간에 덧붙여 ‘한강-임진강 합수머리 부분의 준설’까지 공언했다. 골재 채취 분량도 1억7천만톤으로 폭발적으로 늘려 잡았다. 이는 4대강 하도 정비 규모로 밝힌 2억2천만톤의 80%에 이른다. 500㎞에 이르는 낙동강에서 1억5천만톤을 채취하는 데 비해 17.7㎞의 임진강에서 이토록 어마어마한 골재를 긁어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임진강 생태계에 치명상을 입힐 테러를 가하겠다는 공언에 다름아니다.
이들 지역 가운데는 문화재보호법, 혹은 골재채취법상 골재 채취를 할 수 없는 지역도 포함되어 있다. 습지보호법상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습지도 있다. 생태적 재앙을 부를 임진강-한강 하구에서의 준설 계획, 당장 멈춰야 한다. 이현숙 파주환경운동연합 의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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