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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8:34 수정 : 2005.05.19 18:34

하루 종일 바다만 보네.

등 뒤의 세상은 너무 무서워 바다만 보네.

그러다 지루하면 소주 한 병 들고,

버린 낚시 대를 테이프로 둘둘 말아 세 쪽 갈고리로 만든

바다 병장기로 문어사냥을 하네.

어차피 인생에서도 오르다가 내려가는 것처럼

바다에서도 좋은 날이 있을 때에는 돌미역이 밀려오고,


한번 쿡 찍으면 주먹만한 머리의 문어도 잡히고,

마을 어르신 통발 속에도 놀래 미가 들어 앉아 다한 인연의

힘을 쏟지만, 별로 좋지 않은 날에는 그 흔한 조개하나 없어

할 수 없이 라면 말아 안주하네.

어쩌다 운수 좋아 풀어 놓은 통발에 물짐승 하나 잡히면

온 마을이 술잔치 마셔도 취하지 않네.

당신은 평생을 물질하며 살아온 해녀남편 ‘주 내 끼’

당신은 작은 배로 낚시하며 때론 ‘머 구 리’ 도 하고,

당신은 오징어잡이, 대게 잡이 가리지 않는 선원 종사자

지난 세월 회한으로 한탄해도 바다는 말이 없고,

술에 취해 사는 것이 가장의 업이라면 누가 믿을까?

처음엔 몰랐지만 바다에는 숨겨놓은 친구 있어

술 마시며 말문을 놓는 것이 세상 떠난 절제이니

이것이 봉구미 등대 마을.

아 아 어찌하나 이웃 마을의 비극

죽음보다 두려운 가족 해체여~

다시 술을 마시다

당신은 무엇 하나 바다를 보니,

오늘도 그 일상 변함없네.

눈물 흘리네.

정토/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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