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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06 18:38 수정 : 2009.05.06 19:16

왜냐면

교통경찰관, 신호위반 운전자에게
만원 요구해 받았다가 해임
소송 걸자 해임 정당하다 판결
고위 공직자 천문학적 액수 수뢰
눈감는 풍토 바로잡아야

재임중 비리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 5월1일치 <한겨레>에서는 “비교되는 ‘혐의’, 비교도 안 되는 ‘액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수수 의혹을 받은 600만달러는 당시 환율로 60억원 남짓한 규모이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받은 금품은 4833억에 이른다”라고 적고 있다.

분명 액수를 볼 때 두 전직 대통령들과는 비교 자체도 안 되는 ‘소소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금액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교통경찰관이 신호 위반을 한 운전자에게 만원을 요구해 받았다가 적발되어 해임 처분을 당하자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에서는 재작년 1월 “원고가 위반자에게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해 받았다는 점에서 해임 처분이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건축업자에게서 단속 무마 대가로 30만원을 받아 챙긴 경찰관을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도 있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는 100만원 미만이라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하고 위법 부당한 처분을 한 경우에는 모두 중징계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나 행안부의 발표가 공직사회에서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경우에도 역시 같은 잣대로 엄중한 처벌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금품 수수 때 지위가 올라갈수록 금액이 훨씬 더 많아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오히려 그 정도 지위에서 그 정도 금액 정도는 뇌물 축에도 들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풍토 역시 존재하고 있다.


만원 받은 하위직 공무원은 조직에서 완전히 퇴출되지만, 기업인으로부터 수시로 받았던 수백만원은 ‘떡값’이라는 명목으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검사들이나, 수억원을 받아도 직무상 대가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법망을 피해 가는 정치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처벌의 정당성은 사라지고 사법 저항만 남을 뿐이다.

오히려 똑같이 100만원을 받았다 하더라도, 지위와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엄격한 처벌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처벌의 신뢰성 역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드러난 비리는 그것이 누구든 관계없이 강력하게 처벌하는 선례가, 지위가 높을수록 더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이다.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다. 그것이 1달러이든 100달러이든 공직자는 정직해야 한다.” 이 말은 몇 년 전 네덜란드에서 내무부 장관이 장관 임명 전 시장으로 16년 동안 재직하는 동안 판공비를 우리나라 돈으로 400만원, 1년에 25만원 정도를 개인 용도로 쓴 것이 문제가 되어 사임했을 때, 감사원장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우리 역시 ‘금액’을 갖고 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나 영향력이 더 크면 클수록 상대적으로 더 적은 금액이라도 엄격하게 처벌하는, 고위직에 대해서는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이 지배적인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죽은 권력’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에서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상설화법이나,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법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권력형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제도 역시 요청된다.

이지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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