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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1 13:29 수정 : 2009.06.11 13:29

수많은 꽃 심겼다 뽑혔다
과속방지턱 없앴다 만들었다
축제 끝난 흙빛 둔덕에는 녹색물 살포
예산 낭비, 정말 이건 아니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에 있는 파주출판단지 한쪽에서 봄이면 ‘심학산 돌곶이꽃축제’라는 지역 축제가 열린다. 파주시가 주최하는 행사로, 3회째인 올해는 지난 5월30일부터 6월7일까지 열렸다. 그런데 나처럼 파주출판단지에서 일하면서 이 축제의 시작과 끝을 지켜본 사람은 하나같이 이 축제를 보며 한탄을 한다. 사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언젠가부터 교하신도시 쪽 파주출판단지 진출입로 양옆 공터에 덤프트럭들이 흙을 날라왔다. 흙은 쌓이고 쌓여 어마어마하게 큰 둔덕을 이뤘다. 사람들은 그 정체를 궁금해했고, 공사용이라 추측했다. 그 뒤 봄이 가까워오자 굴착기들이 나타나 둔덕을 반듯하게 다듬고, 그 앞쪽 마을로 덤프트럭들이 드나들면서 넓은 논을 흙으로 메웠다. 그러더니 수십 명의 일꾼들이 와서는 수만 평이나 될 그 일대와 둔덕에 갖가지 외래종 야생화들과 유채꽃 등을 심기 시작했다. 돌곶이 마을이라는 그 동네도 새로 정비되고 꽃들로 꾸며졌다.

꽃축제를 열기 위한 대규모 인공 작업을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내 출판단지 쪽 벌판에도 꽃들이 어마어마하게 심겼고, 곳곳에 파주시 로고 조형물과 놀이기구, 무대 등이 설치됐다. 그리고 왕복 사차선 진출입로에 있던 과속방지턱 세 개가 사라졌다. 꽃차 퍼레이드를 하려고 주최 측에서 일부러 깨 없앤 것이다.

축제가 시끌벅적하게 열리고 난 뒤 시간이 흘러 꽃들이 졌다. 다시 관계자들과 굴착기가 나타나더니, 이번엔 지저분해 보이는 꽃과 풀들을 싹 긁어냈다. 동산은 다시 아무것도 없는 흙빛 둔덕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관계자들이 그 넓고 거대한 둔덕을 비닐로 씌웠다. 하지만 비닐이 펄럭이고 찢기자 싹 치우고는, 살수차 비슷한 걸로 녹색 물을 뿌려댔다. 보기 흉물스러웠는지, 아니면 푸른 산이 되길 바랐는지 둔덕을 녹색으로 칠한 것이다. 사라졌던 과속방지턱은 어느새 다시 만들어져 있었다.

해가 바뀌자 앞의 일들이 되풀이됐다. 꽃들은 심겼다가 뽑혔고, 과속방지턱은 생겼다가 없어졌다. 둔덕에 뿌린 녹색 물이 비가 오면 씻겨 흐르고, 어떤 곳에선 흙덩이가 주변 도로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올해도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축제 직전에 심은 외래종 야생화들을 보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걷기 대회와 자전거 행진, 콘서트, 사생 대회, 갖가지 퍼포먼스 등이 북적거리는 가운데 열렸다. 첫해에는 이 축제에 20억원이 넘는 돈이 쓰였다느니, 돌곶이 마을이 현 파주시장의 출생지라느니 하는 소문이 돌았고, 그해에 감사기관으로부터 예산을 낭비한 행사로 지적받았다는 얘기가 들렸다. 파주 시민들은 자기가 낸 세금이 참 요상하게 쓰인다며 분노했다.


수많은 꽃을 일회용으로 사다 쓰고 죽이면서 ‘자연’ 운운하는 이 축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멀쩡한 과속방지턱을 없앴다 만들었다 하는 걸 필요한 일로 여겨야 할까? 이건 정말 아니다. 이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한 책임자에게 재고를 부탁드린다.

최도연 책 만드는 사람·경기 파주시 교하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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