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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1 13:34 수정 : 2009.06.11 13:34

심각한 공안정국이 된 대한민국
약자들의 시름이 눈물겹다
눈치보지 말고 죽을 각오로 말해야

이른바 지식인,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은 소극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조선일보> 출신 조갑제씨 식으로 말했으면 좋겠다.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고 인권이 박탈당하고 힘없고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존권이 위협당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 땅의 지식인들은 거침없이 죽을 각오로 말해줘야 하는 거다.

20평 남짓한 가게에서 장사를 하면서 그저 생계나 연명하고 있는 내가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게 이 땅에 아무런 울림이 못 된다는 것을 알기에,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쉬움이 많다. 촛불시위 1년 만에 대한민국은 심각한 공안정국이 되어버렸다. 무슨 말만 하면 무조건 잡아들이고 있다. <한국방송> 드라마작가 노희경씨가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밥그릇 걱정을 하는 거다. 노희경씨의 말처럼 밥그릇 걱정도 진정이다. 하지만 지식인, 야당, 진보인사들은 권력의 눈치 보지 말고 죽을 각오로 말해줘야 하는 거다. 제발 이런저런 눈치 그만 보고 약자의 편에서 할 말을 강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옳은 소리 해야 하는 위치에서 고상하게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말하는 지식인과 언론인들은 이미 이 정권이 휘두르는 권력과 집단따돌림을 무서워하는 거다. 부인하고 싶겠지만 이미 자본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눈치를 보는 거다. 화해와 통합이라는 좋은 의미의 용어를 지금은 한나라당이나 우익꼴통들이 쓰고 있다. 이 땅의 깨친 자들은 지금 그런 용어 쓰면 안 된다. 야만적인 언론권력과 제왕적 통치로 국민들을 하수인으로 만들어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을 향해 고상한 언어로 돌려 말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로 강도 높은 비판과 항의를 해야 된다. 이 땅의 지식인들과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들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아직도 이 땅엔 억울하게 생을 마감하고 있는 원혼들이 많이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보인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하고 일찍이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가 줄줄이 백혈병에 걸려 죽은 꽃다운 아가씨들이 몇 명이며 지금도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그저 생계와 가난한 집안을 위해서 죽음을 각오하고 삼성반도체에서 일하고 있는 아가씨들과, 한국타이어공장에서 일하다가 돌연사하거나 병에 걸려 하루하루가 고통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와 그의 식구들이 몇 명인가? 진실을 알고도 생계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일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삶은 어쩔 것인가? 어린 자식을 두고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화물연대 박종태씨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린아이를 등에 업은 아내와 함께 모기에 뜯겨가며 투쟁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서러운 삶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올해 1월에 생존권을 위해 싸우다가 죽은 용산 철거민들의 주검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냉동고에 있다.

언젠가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이 옥상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중 탈진상태가 와도 병원으로 옯기지 말라고 주변에 부탁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는 너무나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울었다. 농성중인 옥상에서 단 한 번뿐인 생을 마감하고자 했던 그들의 절망이 나에게 고스란히 와 닿아서 정말 많이 울었다. 우리는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금방 잊어버린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 극단의 방법으로 자기표현을 할 때 매우 냉소적이다. 그리고 합리성과 정당성을 따져 물으면서 그들을 더욱 외롭게 하고 결국엔 벼랑 끝으로 내몰아버린다. 누군가 극단의 방법으로 자기의 권리와 생명을 지키려고 할 때 합리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그들이 사회적 약자인가 아닌가부터 판단을 하여야 하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을 알아줘야 한다. 사회적 약자로서 강자로부터 생존권의 위협을 느끼고 절망을 말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도덕이니 윤리니 합리성이니 하기보다는 그들의 편을 들어서 살게 해줘야 한다. 이럴 때 논리나 합리성으로 말하면 의도와는 달리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의 편이 되는 것이다. 깨친 지성이라면 때로는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사회적 약자 편에 기울어서 말해야 하는 거다. 좀더 확실한 언어로 피력해주면 좋겠다. 진정으로 슬퍼하고 분노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김경심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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