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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08 20:27 수정 : 2010.06.08 20:27

G20을 개최하면 뭐하고
글로벌 코리아를 외치면 뭐하나
이스라엘과의 협력추진은
한국의 양심을 부끄럽게 한다

5월31일, 세계인은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해 다시 한번 경악했다. 현지시간 새벽 5시, 이스라엘군 특공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에 내려 무차별 총격을 가해 배에 타고 있던 민간인 700명 중 10여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타국 민간인들 가슴에까지 총구를 겨누는 이스라엘에 대해 뉴욕, 런던, 파리, 이스탄불 등 전세계 수천만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강력하게 항의했다. 유엔,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몇몇 나라들은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문을 무기한 연기하는 통보를 보냈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베네수엘라 등은 자국내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자국의 안전을 지킬 권리”라고 했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던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주변 국가의 도발에 엄중히 대응한 것”이라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인류의 상식으로도, 양심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진 와중에,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한국 땅을 밟았다.

30여명의 경제인이 함께 방한했는데, 주요한 목적은 경제협력과 무기거래에 있다고 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한국과 이스라엘의 ‘무기거래’이다. 그동안 숱한 중동 분쟁마다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국제적 규탄을 받았던 첨단 무인폭격기를 만든 이스라엘 기업과 한국 정부가 군사협력을 추진하려 한다. 이제 이스라엘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름을 단 무기들을 팔레스타인 사람들 가슴에 겨누게 될 것이고 악명 높은 이스라엘제 무기들은 한반도 평화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정부는 이번 이스라엘의 학살 직후, 낮은 수준의 유감만을 표명했고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과 진상조사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한 날, 기권표를 행사하고야 말았다. 한국 정부는 ‘이제 우리는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 ‘G20을 개최하는 나라’라며 글로벌 코리아의 국격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재파병과 상시파병법 추진으로 강대국의 전쟁에 앞장서는 한국은 평화보다 분쟁의 씨앗을 심어가고 있다.

수년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로 ‘하늘만 뚫린 감옥’에서 물과 식량, 약품과 전기가 끊긴 채 ‘소리 없는 학살’을 당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양심과 인간성과 정의는 어디에 있나요?”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그 답은 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13억 중동 이슬람 인구를 비롯한 양심 있는 인류 앞에 사죄하는 마음으로라도 이스라엘에 이번 학살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맺어왔던 부정직한 관계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재현 나눔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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