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0 20:40
수정 : 2010.07.20 20:40
성폭행을 당한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소지했다
만약 그 휴대폰으로 손쉽게
구조요청을 할 수 있었다면…
우리사회에서 갈수록 흉포해지는 범죄사건의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미비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티 기술이 뛰어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사회. 2008년 12월을 기준으로 만 7살 이상 국민의 휴대폰 보급률이 100.5%라고 한다. 이 점을 통해 끔찍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즉 휴대폰을 이용한 사회 안전망의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17대 국회부터 이와 관련된 법안이 여야 의원 25명에 의해 공동발의되어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이다. 40개 시민사회단체들의 법안 통과 촉구도 있었다. 나영이 사건과 최근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놀랍고도 아쉬운 것은 나영이는 물론 성폭행을 당한 초등학생들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에 손쉽게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면 그토록 끔찍한 결과까지는 막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여야 정치인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족들의 행방불명이나 납치, 유괴 등 피를 말리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사고발생 지역에 대한 위치정보 조회 권한이 없어 소방방재청에 다시 위치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초동수사는 위급한 피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직계 가족이 직접 나서야 하니 시간을 끌면서 범죄피해를 오히려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을 포함한 40개 시민단체들이 촉구했던, 이른바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회 안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다. 여성과 아동을 위한 안전망 구축에 대한 여당의 선거 공약은 유야무야된 것이 현재 상황이다.
지금 아파트 반상회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의도적으로 여성이나 아동은 비상벨 앞에 서기를 습관화하자는 계몽이 일어나고 있다. 모 회사에서 주부들을 상대로 한 모니터링에서 전화기에 비상벨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취합한 것을 듣기도 했다.
17대 국회부터 제안되었고 현재 법사소위에 계류중인 법안은 미리 휴대폰 소지자의 사전동의를 얻은 제3자가 고유 접수번호를 부여받아 긴급구조요청을 하면 경찰관서에서 위치정보사업자에게 개인 위치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인정보에 속하는 위치정보에 대한 남용이나 악용을 막기 위해 미리 휴대폰 소지자로부터 동의를 얻은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한계일 수 있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에서 112에 피해자가 신고한 이후에도 경찰이 위치를 파악하는 데 여러 경로를 거치느라 시간을 끌면서 결국 험악한 위해를 당하고 마는 식의 어리석은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개정안이 시급히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정숙 평택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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