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0 20:41
수정 : 2010.07.20 20:41
그저 감시자와 처벌자로서
학생들이 교사를 보진 않을까요
유치원과 중학교 등굣길 풍경을
비교하며 떠올린 생각입니다
저희 집 앞 놀이터에서 우연히 7살 유치원 아이들이 노는 것을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네들끼리 놀이를 하는 중이었는데 이미 규칙이 있는 놀이가 아니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다가 순간 만들어낸 놀이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끼리 “조용~ 얘들아 이리와 봐”, “이 선을 넘으면 안 되는 걸로 하자~” 등등 규칙과 질서를 스스로 생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7살의 아이들이 그들 중 리더의 역할을 하는 아이를 중심으로 하나씩 필요한 규칙들을 만들고는 어른 누구의 통제 없이도 즐겁게 뛰어다니는 광경을 목격하니 교육이 어떤 것인가라는 의문을 다시 한 번 품게 되더군요.
애초의 무질서 상태에서 규칙과 질서를 만든다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며 혼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구성원의 동의와 합의는 필수입니다. 구성원의 합의 없이 이루어진 질서와 규칙들을 강제해 나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며 그것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나 지킬 것을 강요하는 사람 모두를 피곤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 저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지 못하고 타인(어른)이 이미 만들어낸 규칙을 놀이에 적용하도록 강제된다면 놀이 자체가 무의미하고 지루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지시와 통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단기간에 효과를 얻기 위함일 것입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아이들을 모아 집체 교육이라도 한번 하면, 단시간에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지요. 하지만 단기간의 성과란 진정한 교육의 목적과는 거리가 멉니다. 수많은 지도와 징계를 받은 아이들이 순간 용의복장을 단정히 하고 머리를 깎을지언정 복도엔 가래침을 퉤퉤 뱉고 다니고 인사도 없이 선생님을 멀뚱멀뚱 쳐다보며 지나가기 때문이죠. 10년의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그들이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교실 바닥에 침을 뱉고선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존경의 대상이어야 할 교사에게 막말을 하고 대립의 각을 세우기 일쑤입니다. 그들에겐 혹 우리가 늘 자신을 감시하고 지도하고 처벌하는 사람 이외의 다른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 게 아닐는지요?
저희 아파트 후문 쪽에는 인근 중학교의 후문과 동네 유치원이 10m 거리에 있습니다. 후문에 서 있다 보면 전혀 다른 두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유치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현관까지 나와서 밝은 표정으로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며 맞이해주지요. 아이들 역시 밝은 표정으로 유치원에 들어갑니다. 중학교는 어떨까요? 후문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은 옷매무새를 고치거나 머리카락을 누르기에 바쁩니다. 행여 넥타이라도 없는 아이들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입니다. 후문 너머에는 엎드려 있거나 벌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학교 후문 중앙에는 무서운 얼굴을 한 선생님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요. 제가 아이들과 같은 걸음으로 아파트 후문을 나서다가 문득 그 선생님 얼굴을 봤을 때 저도 중학생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으로 하나의 장면을 또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거지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교사인 저도 당연 이해합니다만,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의 색다른 풍경은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침부터 반가운 얼굴과 표정으로 맞이하는 공간과 검열부터 시작해야 하는 공간이 그 구성원들에게 부여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요?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인간관계 형성이 근간이 되지 않으면 지도와 가르침을 지시와 통제로만 받아들이게 될 것이며, 관계는 상호작용하지 못하고 늘 일방통행일 것입니다.
단순히 교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것도 아니며 교육의 공간은 늘 이러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즐거운 얼굴로 대면할 수 있는 시간들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창우 경기 안양시 동안구 부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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