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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5 18:00 수정 : 2010.07.25 18:00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고문게임’이 유행이라고 한다. 양팔이 묶인 채 공중에 매달린 사람을 전기톱이나 칼들로 클릭할 때마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컴퓨터 게임이다. 폭력적인 게임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은 들었지만 직접 화면으로 본 것은 처음이다. 등골이 오싹했다.

지난 6년간 나는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위한 주말학교인 ‘나누는 학교’ 교사로 활동해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우리 아이들 대부분이 ‘고문게임’의 유저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정말 아이들이 이 게임을 즐겨 하고 있는지 넌지시 얘기를 꺼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절반 이상이 그 게임을 해봤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더 재미있는 게임도 있다고 귀띔까지 한다.

자원활동을 하는 분이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놀 시간이 많아져 좋겠다’고 했다가 무안을 당했다. “방학 때는 학원수업도 그만큼 늘어나서 더 바빠욧!”이라는 대답 앞에 할 말이 없었다고. 하루 12시간 이상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활은 이미 고문이다. 좋은 대학에 가야 미래가 보장된다는 대한민국 교육의 주술은 ‘고문게임’처럼 아이들의 손과 발을 책상에 매달아놓고 말았다. 그리고 부모들은 유학을 보낼지, 과외를 시킬지, 어떤 학원을 보낼지 클릭하고 있다.

‘나누는 학교’ 아이들은 매주 농사를 지으러 시골에 내려가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의 요구는 단 한 가지뿐이다. “자유시간을 좀더 달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마을에서 무얼 하겠다는 건지 지켜보면 예쁜 돌멩이를 찾아 모아놓기, 냇가에서 다슬기 잡기, 물수제비 뜨기 등 어른들이 보기에 무척이나 심심한 놀이들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심심한 놀이를 하는 동안 묶여 있던 손발을 놀리고 사이좋게 어울리며 행복하게 웃는다.

어쩌면 아이들은 일상의 ‘고문’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인터넷 ‘고문게임’에 빠지는 게 아닐까? 왜 그런 게임을 하느냐고 꾸짖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고문’을 그만두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묶여 있는 손발을 풀어주는 것이다. 시골마을에서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아련하게 귀에 울린다.

이준범 나눔문화 연구원· ‘나누는 학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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