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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5 18:04 수정 : 2010.07.25 18:04

현대-기아차 하청업체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왜 정몽구 회장을 찾아나섰는가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남 서산에서 올라온 이들은 ‘동희오토’라는 공장에서 기아차 ‘모닝’을 조립했다. 그들의 손에는 ‘정몽구 회장 직접 교섭 촉구’라고 적힌 누런 봉투가 들려 있다. 기아차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기아차그룹의 총수에게 교섭을 요청한 것이다. 이 당연한 요청이 왜 ‘직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그것도 6년 만에 처음 시도되는가? 왜!

법대로 말하자면 이들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의 하청업체인 동희오토, 이 하청업체의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동희오토의 생산직은 900여명 전원이 모두 사내하청업체 소속이다.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국내 최초이자 ‘아직은’ 유일한 완성차 외주하청공장인데, 공장 토지와 건물은 현대에서 빌려 쓰고 기계설비는 현대캐피탈에서 빌려 쓴다. 오로지 노동자만 사내하청 방식으로 대신 고용하는 껍데기 사업체이며 사실상 현대-기아차 서산공장이나 다름없다.

노동자들은 1년마다 계약하며 잘릴 위기를 모면하는 고용불안도 모자라 최저임금이 겨우 넘는 임금을 받아왔다. 허울이 좋아 자동차공장이지, 기대에 부풀어 입사했던 서산 청년들은 지독한 노동강도에 지치다 못해 자신의 시급이 자장면 한 그릇 값에 추월당할 때마다 절망감에 공장을 떠나거나 항의하다 쫓겨난다. 그래서 얻은 동희오토의 별명이 ‘절망의 공장’이다.

노동강도는 엄청나다. 작업라인 속도가 너무 빨라 공구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작업량이 많다. 팔팔한 젊은이도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아침에 일어나 펴지지 않는 손가락을 보며 출근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된다. 때문에 동희오토의 생산성은 기아자동차의 두배에 가깝지만, 임금은 정작 기아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모닝은 1시간에 44대가 생산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시급은 4110원(최저임금)이다. 노동자 1인당 모닝 한대를 만들고 받는 돈이 채 100원도 못 되는 셈이다.

이 절망의 공장에도 2005년 노조 깃발이 올랐고 조합원은 순식간에 늘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노조 결성을 주도한 노동자들이 소속된 사내하청업체를 통째로 폐업시켜 전원 해고시키고, 아예 어용노조를 만들어 다른 노동자들을 강제로 가입시켰다. 그들에게 1년 계약직 하청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은 너무도 쉬웠다. 그렇게 6년간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교섭 한번 할 수 없었다. 사내하청은 원청인 동희오토의 핑계를 대고 동희오토는 또 사실상 현대-기아차에 권한이 있다며 모르쇠다. 엄살이 아니었다. ‘기아차-동희오토-17개 하청업체-비정규직 노동자’로 이어지는 간접고용의 먹이사슬구조에서는 교섭조차 현대-기아차에 직접 요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이제는 당신이 진짜 사용자라고 인정하시고, 대화합시다!” 우리는 호소했다. 하지만 ‘귀 찢어져라 사이렌 울려대기, 눈도 뜰 수 없을 정도의 조명 쏘기, 밤새도록 소방호스로 물대포 쏘기, 자동차 매연 뿜기, 경찰을 동원해 끌고 가기!’, 이것이 2009년 세계 자동차 4대 메이커 회장님의 답변이었다. 그 수준이 절망적이지만 투쟁을 멈출 순 없다.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노동자는 기아차 노동자라는 상식이 통할 때까지!

이청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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