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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8 16:51 수정 : 2005.01.18 16:51

두려움으로 고향을 떠나던 날, 제 가슴엔

손아귀에 꼭 쥔 비행기표의 낯선 이름보다도

더 또렷하게 찍혀있던 이름이 있었지요.

불법체류자보다도 더 무서운 가족이라는 이름이.

시키는 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일도 없이 열네 시간씩

마스크와 안경 대신 가운 한 장으로 숨쉬며


씻고 닦고 지웠던 일년 반.

언젠가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손발은 망치에 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백만원 중에 팔십만원을 보낼 수 있고

병원약보다 가까운 야동*을 보내주는 곳이 있었기에

아픔이 절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었지요.

아, 그런데, 그런데요,

날마다 만졌던 그 약품이

가족을 조금씩 일으켜 세우던 나를

조금씩 앉은뱅이로 만든 독이었다니요.

한국말로 ‘정상’이라는 뜻으로 시작되는

‘노말헥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약품이요.

지금 제게 최소 이년이 걸린다는 병치료보다 더 두려운 것은

팔십 넘은 나이에 과자를 팔러 거리로 나서야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과

‘다시 한국으로 가서 치료받게 해주세요’라고

타이로 쫓겨가 울며 편지를 쓴

친구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가까운 걱정거리랍니다.

정주희/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야동:타이 사람들이 기분이 안 좋은 경우나 멀미가 날 경우 코에 대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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