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살 미만이나 고졸자는
특설강좌 수강 자격 없다고?
사단법인이라 괜찮다고?
국립중앙박물관회의 황당한 차별
내 남편은 올해 정년퇴직한 교수 출신이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 부부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회를 방문하고선 깜짝 놀랐다. 박물관 특설강좌의 수강대상자를 63살 미만자로 제한하고, 사실상 대학졸업자만이 그 강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나는 그들에게 사회인 교육에 있어서 연령이나 학력에 의한 차별은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그 제한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회가 보내온 회신은 황당한 것이었다.
그 회신은 첫째, 자신들이 사설민간단체임을 강조하였다. 기본권(평등권)은 국가에 대한 권리이니 사단법인인 자신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본권이 사법적(私法的) 관계에도 적용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학설상 이론이 없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사단법인이 국가기관인 국립박물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하여 교육을 실시하면서, 연령이나 학력에 의하여 차별대우를 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그들은 이 강좌가 대학원 수준의 교육이고, 때로는 문화재 탐방 등을 해야 하므로 나이든 어른과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수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도 하루 5~6시간의 강의를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 체력이 부족하여 역사공부도 할 수 없으며, 이미 고인이 되신 전직 대통령 두분도 대학을 나오지 못한 죄로 이 과정의 역사공부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되는데, 이것이 말이 되는가?
셋째, 그들은 두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다. 우선 63살이 넘은 어르신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은하문화학교’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주체와 교육의 목적, 교과목과 교육의 질에 차이가 있는 두개의 과정을 평면적 관계에서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60살 이하 반과 60살 이상 반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반을 하고 교육내용을 달리한다면 그 자체가 차별대우다. 같은 내용의 강좌를 하더라도 나이를 기준으로 분반을 하는 것 자체가 합리성이 없는 차별화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이로 구별하지 않고 A, B반으로 나누면 될 터이다.
헌법은 모든 사람이 성별, 연령, 학력 등에 의하여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한다. 다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차별화도 허용된다. 수영강습에서 초급반과 중급반을 구분하는 것은 수영 능력의 차이라는 합리성 때문에, 지하철에 노인석을 두어 노인을 우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률에 맞기 때문에 차별대우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회의 교육은 정규 학교교육이 아닌 사회인 교육에 불과하다. 거기에 연령과 학력에 의한 차별을 두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 기준도 없는 평등권의 침해이다. 더구나 정년 연장이 이슈화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나이트클럽이나 일부 호화 피트니스클럽에서 나이든 사람의 출입이나 회원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그들이 영리성을 추구하는 단순한 상인이기 때문에 허용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회도 ‘물관리 차원’에서 나이든 사람과 대학졸업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면, 비영리사단법인의 허울을 벗고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면 될 것이다.
이미경 서울 마포구 도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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