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01 22:17
수정 : 2010.08.01 22:17
어디까지 체벌이고 폭력인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규칙을 고지하고 학부모가
선택하는 동의절차도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선언은 세칭 ‘오장풍 교사’의 학생 폭행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는 교육적 체벌의 예외적 허용을 인정한 현행 법령과의 충돌은 물론 학생지도 문제와 교권 추락 논란을 넘어, 진보파인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명분으로까지 확대됐다. 2002년 6월 교육부가 학생 체벌 기준이 포함된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을 발표해 논쟁을 촉발한 지 8년 만에 또다시 체벌 문제가 여름날 국민들을 덥게 만들고 있다.
체벌 효과와 필요성의 사회적 합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훈육을 위한 ‘사랑의 매’라는 인식이 여전하나, 인권을 억압하는 ‘폭력적 권위의 수단’이라는 반론이 거세지고 있다. 학생의 인권이 보호되고 교사의 교권이 존중되며 민주적 학생지도와 인간적 훈육의 교육문화를 만들려면, 생산적인 체벌 논의와 다수가 공감하는 기준 정립이 긴요하다.
먼저, 폭행과 체벌의 명확한 구별이다. 손찌검과 발길질은 물론 대걸레나 빗자루 등 도구로 때리는 행위는 모두 폭력이다. 여기엔 이유와 정도가 필요 없고, ‘사랑’과 ‘교육’을 함부로 들먹여도 안 된다. 뭐가 폭력인지 모른다면 2003년 동아시아축구대회 때 몰래 반칙을 계속하던 중국 선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쳤다가 퇴장당한 이을용 선수의 ‘을용타’를 기억하자.
둘째, 교사의 학생 폭력을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 통념을 넘는 모질고 잔인한 가혹행위와 모욕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폭력과 가혹행위 등은 순간적 격분, 손상된 자존심 회복, 즉각 제압과 기(氣) 꺾기, 교실 분위기 장악, 문제 확대나 재발 방지의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정당성이 없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교장이 학부모와 교육청에 반드시 알리고 심하면 형사 처벌과 교직 퇴출이 필요하다.
셋째, 단순한 교칙 위반과 지시불이행을 넘는 학생의 중대한 일탈행위의 엄격한 처벌이다. 교사에 대한 폭력과 모욕, 교수학습 방해, 지도에 대한 반항, 다른 학생에게 폭력 행사 등이 그러하다. 철저히 조사해서 정도에 따라 별도 격리, 학부모 소환, 등교정지 및 특별교육, 전학, 유급, 퇴학 등 실효성 있게 조처해야 한다.
넷째, 문제 학생의 지도와 상담 강화 및 효과적 대응방법 모색이다. 청소년상담사와 학교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를 확충하고, 학부모 교사 유관기관이 협력하는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계 활동이 요구된다. 등교 정지된 학생의 특별교육을 담당할 전문가를 지역교육청(교육지원센터)에 전진 배치하자. 모든 교사에게 학생들의 문제행동과 일탈행위에 대한 현명한 대처방법을 상황별로 교육해야 한다.
끝으로 체벌의 구체적 기준과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체벌을 ‘교육 목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징계’로 보면, 회초리는 물론 손들고 서있기, 무릎꿇기, 엎드려뻗쳐, 뜀박질 등 무엇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교육공동체가 심사숙고해야 한다. 또한 결정된 규칙을 고지하고 학부모가 선택하는 동의 절차도 필요하다. 매를 허락했으면 학교장 입회하에 부모가 직접 자녀에게 회초리를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끔한 맛’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전북교육청의 ‘체벌 3수칙’(사유 설명, 규정 집행, 위로·격려)은 위협과 공포가 아닌 바른 인간을 만드는 교육수단으로서의 체벌에 관한 좋은 참고다.
김장중 교육과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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