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8.03 19:45 수정 : 2010.08.03 19:45

‘식수원 확보’ vs ‘보전해야’ 의견 팽팽
“훼손 극심” 일반화가 과잉진단 불러
암각화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정신적·물리적 영역 정의해야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가 뜨겁다. 당장이라도 댐 속에서 건져내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그러나 식수원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며 차수벽 설치나 수로 변경안을 낸 울산시와 사연댐에 수문을 내어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는 문화재청은 첨예하게 갈렸다. 시민들은 당연히 수위 조절이어야지 주변 경관을 망치는 차수벽이 무슨 소리냐고 했지만 울산 시민의 식수 문제가 겹쳐 있음을 아는 여론은 비등하게 갈리는 듯했다.

암각화 훼손과 붕괴 우려 소동은 암각화 보존용역을 수행하면서 발단이 됐다. 공주대학교 산학협력팀이 암각화 풍화 정도와 암석의 성분을 조사하면서 암각화를 고의로 훼손했다는 암각화 연구학자의 주장이 나왔다. 암석 파편을 타격을 가해 채취했을 것이라는 김호석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의 주장과 수위가 내려갔을 때 탈락한 조각을 수습했을 뿐이라는 공주대 산학협력팀의 주장이 맞섰다.

김호석 교수는 여러 언론의 기고를 통해 암각화가 무너진다고 하더니 급기야 지난달 20일 전후로 극단적인 두 장의 암각화 사진을 비교 제시하면서 암각화 전체 형상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제공한 사진의 출전과 촬영연도에 대해 의혹이 불거져 또다른 논란으로 남아 있다.

조홍제 울산대 교수팀은 암각화 암면의 암석성분에 관련해, 암각화에 풍화가 빠른 ‘스멕타이트’ 성분이 존재한다고 주장해 또다른 논란을 불렀다. 공주대 산학협력팀은 비전공자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으나 조 교수는 학술지 발표를 통해 암각화를 지탱하고 있는 상부 구조의 붕괴 우려를 제기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암각화 표면이 1 두께의 단단한 혼펠스 성분으로 덮여 있어 탈락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라 주장했다. 울산대 문종규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풍화 5단계를 넘어 흙으로 이행하는 단계라고 주장해 화제를 낳았다.

지난 십수년 동안 암각화 조형활동을 해온 필자는 의구심이 들었다. 수천만년을 견디어 온 암석이 왜 갑자기 흙이 되어 무너진다고 하는 걸까? 풍화가 잘되는 무슨 성분이 있다는데 왜 하필이면 선택적으로 암각화에만 해당이 되는 걸까? 물속에 잠긴 암석이 모두가 파손된다면 사연댐 자체가 위험한 건 아닐까? 더군다나 정말 암각화 형상이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훼손된 것인가? 암각화 조형활동을 하면서 누구보다도 자세히 형상을 살핀 바에 따르면 암각화의 훼손 정도는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 근거는 암각화 최초 발견자 문명대 교수가 펴낸 공식 보고서의 사진자료(1974, 1984년)를 기준으로 암각화 사진작가 김종호씨의 사진자료(2000년)를 정밀 비교한 결과다. 2004년 촬영된 지역 작가의 암각화 사진자료를 살펴봐도 세부적인 형상에 큰 차이가 없었다. 사진촬영기술의 차이로 후대의 사진 현상이 더 선명하다는 것이다. 2004년 문화재 보호당국에서 수행한 3디(D)영상 채록자료가 남아 있으므로 갈수기 때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대 교수도 지난해 말 지역언론과 통화하면서 미술사학자의 눈으로 볼 때 별다른 훼손의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암각화를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뜻은 암각화를 물속에 두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암각화를 항구히 보존하는 길은 당연히 원래의 모습대로 사연댐 물속에서 건져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각화가 극심하게 훼손됐다는 주장이 일반화되면 연구자들이 이에 편승해, 과잉진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차수벽을 설치한다든지 암벽 절개부 폐쇄 및 표면 코팅 처리, 암벽 절취 뒤 박물관 이전 등 과잉 처방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외형적 겉보기 보존 문제에 국한할 게 아니라 먼저 ‘암각화’의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 정신성과 물리적 영역을 명확히 정의해 두어야 한다. 암각화 훼손은 발견 당시의 상태가 기준이 된다. 암석 보존 공학자뿐만이 아니라 양식 있는 암각화 연구자와 함께 분석해야 한다. 다른 국보급 석재문화재와 마멸지수를 비교 분석해 변화된 정도를 정확히 판별하고 그에 합당한 보존계획을 수립할 때 비로소 암각화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잦아들게 될 것이다.


서창원 울산 암각화 조형 연구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