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료의 70~80%를 기차비로
지불하는 강사들의 비애
매주 서울을 오가며 강의하는
저희들을 배려해 주십시오
허준영 코레일 사장님.
저는 대학 시간강사입니다. 22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2007년 귀국해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대전과 서울을 오가고 있습니다. 서울로 거주지를 옮길 경제적 여유도 없고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현재 살고 계신 부산을 떠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부산에서는 강의를 주는 대학이 없습니다.
지난 3년간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강의를 했는데 어떤 학기는 기차비 때문에 마이너스 50만원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새벽 5시 첫 기차를 타야 하기도 했고, 숙박비를 절약하기 위해 야간부 강의가 끝나면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새벽 4시30분께에 부산에 도착하기도 했습니다.
강사료로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이 바로 교통비입니다. 화·수요일 강의가 있던 학기에는 하루 숙박비와 서울·대전·부산을 오가는 두 차례의 기차비로 120만원가량 듭니다. 물론 비즈니스 카드를 사용해도 그렇게 들어갑니다.
대학 시간강사들은 한국 대학 강의의 40~60%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사료의 70~80%를 기차비로 치르게 된다면 무엇으로 생계를 꾸려 가겠습니까? 김밥집의 김밥을 하나 사서 기차 안에서 꾸겨 넣으며 다음 학교 강의안을 들추어 봅니다. 혹 연착이라도 하면 택시를 타게 됩니다. 그러면 저녁 밥값이 날아가는 것이지요. 배를 곯아가며 3년 어렵게 강사생활을 지탱해 왔는데 이제 더 힘들게 됐습니다. 가을학기엔 단 한 과목 강의가 서울에서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차비 때문에 어려우면 강의를 내팽개치면 될 게 아니냐”고요? 22년 유학해 논문을 써 인정받았고 귀국해 첫 강의를 할 때의 설렘과 자부심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가난해도 강의는 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존재 이유이며 삶의 목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님!
저같이 매주 서울을 오가며 강의해야 하는 시간강사들에게 케이티엑스 특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비즈니스 카드를 이용해도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생계비로는 전혀 남는 게 없습니다. 저의 제안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마 수긍하고 동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특실 좌석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유흥을 위한 것도 아니고 돈 여유가 있어 그러는 것이 아닌 단지 가르치기 위한 여정으로 케이티엑스를 이용해야 하는 시간강사들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 정도는 이해할 것입니다. 코레일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국민의 발임을 자부한다면, 저 같은 시간강사들에게 특별 이용권을 만들어줘 학기 중에만 강의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국민화합과 소통은 이런 경우에도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 10위권 대학을 꿈꾸는 대학에서도, 부정이 난무하는 지방대학에서도 시간강사의 애환과 비애는 다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어둠의 자식인 시간강사들의 이 처절한 운명을 내버려 두지 마실 것을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이성휘 부산 기장군 정관면 용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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