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9.17 17:51
수정 : 2010.09.17 17:51
영동고속도로 차선이 넓어져
소통이 훨씬 좋아졌다고?
그러나 갓길이 없어졌다
사고 위험이 치명적으로 커졌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영동고속도로는 편도 2차로 도로이다. 그런데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듯이 갑자기 3차로가 되었다. 최근에 뚝딱뚝딱하더니, 횡성 휴게소를 중심으로 여러 구간이 3차로로 둔갑하였다. 이곳은 여름 바캉스, 가을 단풍, 겨울 스키 시즌에 이어 지금은 주말마다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구간 중의 하나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매우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차로가 늘어나니, 소통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호평을 하는 이용자도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남는 공간을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줄여 두 개를 세 개로 만들었으니 매우 효율적이다, 장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갓길이 없어졌다. 갓길이란 본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달리도록 되어 있는 도로 폭 밖의 가장자리 길로서 문제가 있는 차량이 충분히 정차할 수 있는 길을 말한다. 교통경제는 일반경제와는 관점이 매우 다르다. 교통경제 분야에서는 반드시 공학적 평가를 한 이후에 경제성 평가를 한다. 즉 갓길이라는 공간을 남는 비효율적인 공간으로 보지 않고 차량고장, 사고, 기타 문제가 있어 불가피하게 차량의 운행을 중지하고 고속도로 상에서 정차를 해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교통경제에서 최적화는 교통안전과 교통소통의 두 가지 목표를 함께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 갓길이라는 교통안전을 후퇴시키면서 소통을 증진시키는 일은 하책중의 하책이다. 야간 고속도로에서 정지된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해 추돌한 사고가 얼마나 많았는가? 그리고 또 고속주행 시, 추돌사고란 얼마나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갓길상황은 명절 때, 고속도로 일부구간에서 승용차에게 갓길운행을 허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사실 민족 대이동이 시작될 때에는 고속도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저속도로가 된다는 얘기다. 어차피 수많은 차량들로 꽉 막혀 있을 때에야 갓길을 소통의 공간으로 내주고 저속 운행하게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임시허용이 아닌, 노면에 2개의 차선을 지우고 3개의 차선을 새로 긋는 일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갓길이 없어진 영동고속도로는 죽음의 도로나 진배없다. 교통문제는 개인적 직감이나 소신에 의해서 해결책을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은 뒤에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교통의 3대 문제인 소통, 안전, 환경 중에서 그 어느 것도 안전보다 앞서거나 무겁게 다루어서는 곤란하다.
대량인명 살상을 예고하는 갓길 없애기 작업은 참사를 꼭 본 뒤에야 원상복귀 시키겠는가? 경제성을 위해 안전을 희생시키는 이런 도깨비 같은 일들이 21세기에 왜 벌어지고 있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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