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규제는 불가피한 최소한의 것 |
마을이나 학교, 유치원 등 공공시설에서 200m 안에, 그리고 아파트에서 500m 안에는 공장이 들어설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파주시 고시와 산지 전용 지침의 폐지가 공익에 위배된다는 나의 주장에 파주시 국장이 반론을 폈다. 그 요지는 ‘과도한 규제이고, 법적 근거를 갖지 않은 것이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폐지했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 규제는 과도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최소한의 것이다. 몇몇 사람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백 혹은 수천 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이나 아파트, 또는 학교 앞에 악취와 매연을 뿜는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허용해야 한단 말인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는 애초에 공장이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 공익에 걸맞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소지를 줄이는 길이다. 이런 취지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공장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었던 것이다. 파주시에는 시골 마을 한가운데는 물론 초등학교나 아파트 앞에서도 공장을 가동하는 바람에 민원이 잦다. 그런 상황에서 위 고시가 ‘과도한’ 규제라는 사람은 대다수 시민의 이익이 아니라 공장 설립에서 이익을 보는 지주나, 부동산업자, 혹은 공장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발상이 아닌가 성찰해볼 일이다.
이 문제에 관한 또 하나의 쟁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에 대한 것이다. 파주시 국장은 지식경제부의 공장고시에서 근거 조항이 삭제되어 파주시 고시를 폐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경부의 그런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 상위법인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에서 ‘지경부 장관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장의 입지 제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장이 이를 확인하거나 재검토해보지 않고 부리나케 중앙정부의 뒤를 따르는 것은 자신의 권한을 너무나 쉽사리 반납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파주시 국장은 고시 폐지 전에 주민의 의견을 수렴했고 입법예고를 했다고 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2주일도 채 안 되는 동안 무려 1200명이 넘는 주민들이 폐지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동안 찬반 의견을 놓고 토론하는 공청회도 없었고 심지어 의회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았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시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낸 지 한달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어떻게 주민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이현숙 파주환경연합 의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