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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2 17:59 수정 : 2010.10.12 17:59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사건으로 고위공직자 특채제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다. 이는 최근 외교통상부에서만 특채 비리가 10건이나 더 있다는 언론 기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화두와 맞물려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더 커졌다. 각 언론사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국민들이 특채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특채제도의 폐지가 적절한 해결책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채제도는 기존의 고위직 공무원을 선발하던 방식인 고시제도에 대한 보완책으로 등장했다. 각종의 고시제도는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정한 제도라는 것이다. 고시 합격을 위해 필요한 5년 이상의 기간 동안의 재정적 지원이 가능할 정도의 형편은 되어야 한다는 점, 합격자 대다수가 특정 몇몇 대학 출신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고시제도는 한 분야의 지식의 양만을 측정하는 시험일 뿐 그 사람의 사회를 보는 시각, 도덕성의 정도, 살아온 인생의 경로는 묻지 않는다. 한번 합격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타 영역과의 경쟁은 멀리하고 자신들의 영역 지키기에 힘써 자신들의 합격 ‘기수’를 중심으로 기득권화, 순혈주의화해 가게 된다.

지금의 특채제도에서는 실력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 사람들의 진출을 보장하는 방식과 특채 심사 때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증장애인 특채제도, 지방인재 특채제도, 저소득층 자녀 특채제도, 다문화가정 자녀 특채제도 등을 보장하고 특채 과정을 한곳에서 관리하되 외부 인사들로 구성하게 하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고루 채용되어야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다. 한번도 환경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라 교과서만 암기한 부유한 가정의 자제가 고시에 합격해 한 국가의 복지정책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은 어딘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 합격한 한 흑인 여성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어머니와 단둘이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며 공부한 홈리스(노숙자)였다. 당연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좋지 못했고 매년 한번 이상의 전학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성실함과 어려운 환경에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결국 명문 대학으로 손꼽히는 하버드대에 입학하게 됐다. 객관성과 공정성으로 대표되는 ‘점수’만으로 평가되었다면 과연 합격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공정성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세환 연세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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