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15 17:55
수정 : 2010.10.15 17:55
북한세습을 비판할 수 있지만
논평을 안 할 자유도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 서로를 죽이는
논쟁태도는 다양성을 해친다
북한 3대 세습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정희 대표가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며 선택”이라며 “이것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면 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논란은 시작됐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비판은 예상됐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비판은 의외였고, 진보진영은 경향을 지지하는 편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편으로 나뉘었다. 이정희 대표의 발언은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진중권은 이에 대해 공당의 의무라고 했지만, 침묵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2000년 후반 프로야구 에스케이(SK) 김성근 감독은 공동의 적이었다. 몇 년간 김성근의 야구를 이기기 위한 야구, 재미없는 야구라 혹평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김성근의 야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강도 높은 연습, 강한 불펜, 뛰는 야구, 작전의 야구로 대표되는 김성근의 야구를 그 스타일로 인정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우리 프로야구의 질적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성이다. 일본 야구의 장점을 배운 김성근의 야구가 있다면, 제리 로이스터의 선 굵은 야구도 있다. 선동열의 야구, 김경문의 야구 등 다양성 속에서 올해 프로야구는 대박행진을 하고 있다.
정당은 정치를 위한 단체이고 정당 대표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해 줘야 한다. 그 비판의 몫은 결국 국민에게 있다. 국민의 선택지를 넓히고 좀더 나은 판단을 위해서 다양한 비판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이 북한 체제를 비판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의 문제는 둘 다 합리적 근거가 있는 주장들이다. 공존 가능한 주장들이다. 진보진영 내에서 서로를 죽이려는 지금의 논쟁 태도는 다양성을 해친다.
진보진영은 지금 커밍아웃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거의 모든 정당이 북한 세습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쏠림 속에서 북한 세습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는 정당 하나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앞으로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 문제를 위해서라도 선택지 하나를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개인적 진보가 아닌 정당으로서 진보의 행동에 이런 침묵의 선택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다양성, 공존의 프레임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사족: 세습을 비판해야 하는지 하지 않아도 되는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경향신문> 절독을 선언한 김창현의 성급한 행동은 민주노동당을 고립의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 김창현의 이런 행동이 바로 공존의 틀을 깨뜨리는 행동이다. 김창현의 성찰을 바란다.
박형진 인천 남동구 논현동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