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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03 20:55 수정 : 2010.12.03 20:55

등산인구가 분산된다거나
생태계 영향이 적다고 하는
환경부의 케이블카 설치 근거는
전혀 사실과 다르거나 빈약하다

지리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슬그머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일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국립공원 내 자연환경보존지구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제한이 2㎞에서 5㎞로 대폭 완화되었다. 연이어 25일 환경부는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하여 국립공원 삭도 설치 기본방침을 의결하고, 시범사업을 거쳐 단계별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하던 지리산 권역 지자체들의 설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도 더해져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환경부가 국립공원 내에서도 핵심적으로 보존해야 할 곳인 자연환경보존지구에 케이블카를 허용하여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환경보존지구는 전 국토의 1.4%밖에 되지 않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 어떤 시설이나 행위도 용납되어선 안 될 구역이다. 최근 개정된 자연공원법 시행령은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환경부가 국립공원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환경 파괴에 앞장서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환경부에서 케이블카 설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도 공원 이용의 기회를 주고, 부수적으로 등산객의 분산효과로 환경훼손의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형평성의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산에 오르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산의 경관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연경관을 조망할 권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 육체가 건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형평성의 논리를 내세워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자연을 감상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등산인구가 분산되어 환경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는 전혀 근거가 없다. 아직 등산객 분산효과가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케이블카로 인해 오히려 기존 등산객 외에 새로운 관광객이 유입되어 환경훼손을 부추길 것이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보더라도 케이블카 설치구간에 등산로가 차단되지 않아 케이블카 탑승객들이 등산로를 따라 하산함으로써 국립공원에 부담을 주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직간접적인 생태적 영향이 적다고 한다. 케이블카는 값이 싸고 설치와 철거가 쉽고 고압송전시설과 달리 환경 문제가 적으며, 친환경적 시공을 통해 환경훼손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내장산국립공원은 케이블카로 인해 상부정류장 주변이 유원지가 되었으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사람들이 걸어 내려오면서 천연기념물인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단절되고 말았다.

케이블카 설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친환경적으로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외국의 사례 또한 많이 인용된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산악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스위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의 산들은 워낙 험준하여 오르기 쉽지 않고 정상에 올라야 제대로 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산들은 대부분 완만하고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도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져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즉 스위스 융프라우나 중국 황산처럼 험준한 산세와 사람이 오르지 못할 절벽으로 된 산의 케이블카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지금 마치 현 정부가 4대강에 물길을 내고 있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립공원에 인위적인 길을 내려 하고 있다. 환경부는 하루빨리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뜻을 굽히고 본래의 임무인 환경보존을 위한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케이블카 설치가 그렇게 열렬히 외치던 저탄소 녹색성장은 아니지 않은가.

홍다훈 부산 사상구 학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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