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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03 20:56 수정 : 2010.12.03 20:56

변호사 배출을 줄이기 위한
변협의 노력이 눈물겹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이기주의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로스쿨 제도의 근간인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률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변호사 배출 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법무부 주최로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에 관한 공청회’에서 변협 쪽 추천으로 나온 이정한, 방희선, 서경진 변호사는 각각 주제발표와 주제토론을 통해 “합격자를 로스쿨 정원의 50%로 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로스쿨 개원을 위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 때부터 줄곧 합의돼 온 ‘정원의 80% 이상 합격’이라는 로스쿨 설립의 근본 전제이자 틀을 깨뜨리려는 의도이다. 합격률이 중요한 이유는 로스쿨 제도의 가장 중요한 설립 취지가 현 사법시험 제도보다 많은 변호사를 배출해 국민의 법률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변호사는 1만명 수준으로 여전히 법률서비스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발표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인구가 미국은 268명, 영국은 394명인 데 반해 한국은 5891명이나 된다. 그럼에도 변협은 변호사 1인당 수임 사건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을 변호사 배출 통제의 논거로 삼는다. 하지만 1인당 수임 건수가 줄어드는 게 법률소비자 쪽에선 더 좋다. 판사, 검사가 맡는 1인당 사건 수도 줄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신규 법조인 배출이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

변협은 로스쿨이 설립되기 전부터 로스쿨대책위원회를 만들며 로스쿨 제도를 조직적으로 반대해 왔다. 로스쿨 설치가 확실해지는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된 후에는 로스쿨 정원을 현재의 사법시험 인원인 1000명 수준으로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 변협의 온갖 반대와 지연책에도 로스쿨은 2000명의 입학정원에 80% 수준의 합격률을 대략의 합의점으로 하고 지난해 개원했다.

80% 수준이라는 것은 로스쿨이나 로스쿨 재학생들이 주장한 것이 아니고 사개추위 시절부터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등 정부 관계기관에서 제시한 숫자다. 물론 지난해 개원 시에도 이 수준의 변시합격률은 언론을 통해 국민 대다수에게 전해졌다. 대국민 약속이 된 셈이다.


변협의 변호사 수요에 대한 논리는 항상 같다. 변호사업계가 어려우니 변호사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공급자 입장에서의 어려움만 내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변협은 최근에는 응답률이 3.9%에 불과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매출액 조사를 발표했다. 청년변호사의 순소득(연매출에서 사무실 임대료 등 사업비용을 뺀 개념)이 3778만원이라는 내용이다. 응답률이 통계의 최소한의 기준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순소득’이란 개념까지 창안해가면서 변호사 소득이 적음을 주장하는 그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여기에 더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관해선 “합격률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누적합격률’의 개념으로 다시 정하자”는 둥 아전인수 격 자료를 자신들의 논리전파에 써먹고 있다.

변협은 변시합격률 공청회 주제토론자도 편파적으로 선정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이라는 특정 변호사단체 소속을 두명이나 내보냈다. 방희선, 서경진 변호사가 시변 소속이다. 변협 추천 몫인 두명의 토론자를 시변 소속 변호사로 내보낸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현 정부 들어 시변이 승승장구하고 회원 수가 급증했다 할지라도, 전체 변호사업계를 대표할 순 없다.

변협의 설립 목적이자 제일의 업무는 ‘인권옹호’다. 그 ‘인권’이 ‘변호사 인권’을 뜻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변협은 직역이기주의만을 위한 이익단체로 기능해선 안 된다. 변호사가 공공성을 지닌 것처럼 변협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을 해야 하는 단체인 점은 변호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변협은 역사적으로 다른 직역단체와 달리 법에 의해 적지 않은 권한이 주어지고 사회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단체다. 우리 사회가 변협을 대우해주고 그동안 의심하지 않고 지지한 것은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 소박한 기대를 변협이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변호사가 더는 특권층이 아닌 세상을 만들기 위해 로스쿨이 만들어졌다.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은 ‘특권층’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봉사하는 ‘전문직업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변협은 이제 특권의식을 버릴 때가 됐다.

유동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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