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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0 08:28 수정 : 2010.12.10 08:28

음란물에 다수 노출된 사람들은
성폭력을 경미한 범죄로 여긴다
그 기회요소를 줄이기 위해
웹하드 행정감독을 강구하자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그 실천이다’라는 말이 있다. 음란물이 성폭력 범죄를 부추기는 직접적 영향력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포르노는 자연스러운 성애의 노출이며 성범죄의 발생과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있다. 성인의 대다수가 한두 편의 음란물을 보고 자랐지만, 이들 전부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논거로 든다.

최근의 사건들에서는 분명 음란물과 성폭력 관련 범죄의 상관관계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008년 검거된 안양 초등학생 성폭행살인사건 범인 정성현은 컴퓨터 하드에 포르노 영화 785편, 10살 이하의 미성년 누드사진 441장을 보관하고 있었다. 2009년 경기도 광주에서 여성을 살해하고 사체를 팔당호에 유기한 김아무개도 다량의 음란물 동영상을 저장해 놓고 있었다. 몇달 전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국부와 항문을 잔혹하게 훼손하며 성폭행한 김수철은 범행 전날 아동포르노물을 52편이나 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음란물 동영상을 본 후, 이를 모방하여 하급생 또는 같은 반 급우를 집단 성폭행하는 청소년 성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아동포르노를 포함한 불법음란물이 웹하드를 통해 성폭력 범죄의 비옥한 토양처럼 된 것을 보여준다. 특히 컴퓨터 하드에 하위 폴더를 만들면서까지 아동포르노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정성현의 진술은 주목할 만하다. 구입 경위에 대해 그는 “인터넷에 들어가면 일대일로 데이터를 돈을 주고 받는 사이트가 있는데 성인물이 깔려 있어 내려받아 모아둔 것이다”라고 했다. 불법음란물 유통이 웹하드(P2P)에서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실태를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런 탓에 사회 전체에 불법음란물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경찰은 웹하드 3개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K사이트에서 성인음란물 7만3755건, S사이트에서 9만8997건, Q사이트에서 5만9600건이 발견되었고, 도합 1300만회나 다운로드되었다. 국내 업체의 수가 3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음란물 유통 규모는 훨씬 더 크다. 더 놀랄 만한 것은 불과 3개 사이트를 통해서만 무려 4만여회의 아동 음란물이 다운로드되어 시청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밝혀진 웹하드의 음란물 유통 실태는 범죄조직을 연상케 한다. 실명 및 성인 인증 없이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는 파일공유 사이트를 개설한 후, 전문 업로더와 수만명의 회원을 둔 음란물 카페 운영자를 고용, 음란물을 업로드하게 하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전문 업로더에게는 음란물 결제 포인트의 10%를 환전해주면서 관리했다. 특히 업체들의 실제 소유주는 뒤에 숨어 있고,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피해가며 유사한 유형의 업체를 몇개씩 운영하고 있었다.


웹하드의 음란물 유포를 지금처럼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누리꾼과 업계 자율단체 등에 의한 자체적 고발뿐만 아니라 행정감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음란물에 다수 노출된 사람들은 성폭력을 경미한 범죄로 여기고, 약한 처벌을 선호하는 경향을 갖게 된다.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감지하는 공감능력도 감소해, ‘피해여성도 성폭행의 상황을 즐겼다’, ‘대부분 여성은 성폭행당하기를 내심 바란다’ 식의 강간에 대한 왜곡된 믿음을 수용하는 경향이 높게 된다. 내 자녀와 이웃을 성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기회요소를 먼저 줄여야 한다. 바로 웹하드 음란물에 대한 규제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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