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5 10:47
수정 : 2010.12.15 10:47
생태계 전체를 복원하려는
경남 창녕군의 지난한 작업
최소한 10년이 걸릴, 길고 긴
따오기 복원사업에 관심을
며칠 전에 한·일 따오기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걸 알게 되어서 함께 나누려고 글을 씁니다.
따오기 복원사업에 관심을 깊이 갖기 전, 저는 따오기 복원사업을 비아냥거리는 사람 중 한명이었습니다. 실제 야생 방사까지 큰돈이 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그 종 하나 살리려고 그렇게 많은 돈을 쓴단 말인가?” 이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심포지엄에서 일본 연구자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 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따오기 복원이 성공하려면 따오기라는 하나의 종뿐만 아니라 따오기가 살아가는 생태계 전체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따오기가 살아가는 주요 생태계는 쌀이 생산되는 논입니다. 그러니 따오기 복원이 성공하려면 복원지역의 쌀 농업 자체가 유기농으로 변해야 하고, 단지 유기농이 아니라 전통적인 경관까지 복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사도시에서는 ‘따오기 인증 쌀’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따오기가 살아갈 수 있도록 유기농을 유지하고, 도랑은 콘크리트를 안 쓰고 흙으로 만들어놓고, 겨울에도 논이 마르지 않게 물을 조금 채워놓는 등 세 가지 조건을 갖춘 논에 대해서만 ‘따오기쌀’이라는 인증을 발급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올해부터는 자기 논에 사는 생물을 조사해서 보고하는 ‘논생물 조사’도 농민과 행정기관, 연구자가 함께 실시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따오기 복원이 생물다양성 증진에 미친 효과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고 합니다.
경남 창녕군에서 진행되는 따오기 복원사업은 단순한 종의 복원을 넘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따오기 복원사업이 성공하려면, 힘들겠지만 창녕군의 농민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창녕군에서 농민들이 유기농으로 전환해준다면 따오기 복원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따오기쌀이 비싼 가격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처럼, 창녕의 농민들도 이익을 얻는 상호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따오기가 잘 살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복원하면, 따오기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들도 훨씬 살기 좋은 환경이 되므로 진정한 환경보호와 생태계 복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군함이 침몰하고 포탄이 날아오는 세상인데, 새 이야기나 꺼내는 것이 한가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2차대전 직후, 사람이 먹을 곡식도 모자라던 시절에도 두루미들에게 꾸준히 먹이를 준 선구자가 있었고, 이 사람 덕분에 두루미 보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최소한 10년은 걸리며, 지역 주민의 협력이 필수적인, 이 길고도 긴 따오기 복원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장용창 경남 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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