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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5 10:47 수정 : 2010.12.15 10:47

닭이 없이는 달걀이 없듯이
정치적인 독립성과 공정 보도가
결여된 지금,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기 힘들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문제에 영국 과학자들은 닭이 먼저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닭이 없이 달걀이 형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실험의 결과였다. 공정성 유지와 수신료 인상 중에 무엇이 먼저냐는 물음에 내던져진 <한국방송>(KBS)의 수신료 인상도 답을 얻을 차례다.

지난달 한국방송 이사회가 25년간 고수해 오던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수신료 2500원에서 40% 인상한 3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 비중을 40%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합의안을 내놓았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와,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만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공영방송의 경우, 수신료를 중심으로 한 공적 재원의 비중이 높을수록 정치적·경제적 독립성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수신료보다 광고 수입 비중이 높은 재정 구조 아래 있는 한국방송의 경우, 정치적·경제적 독립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한국방송이 내놓은 수신료 인상안은 여전히 광고 비중이 40%에 달한다.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위한 방안이라면 광고 비중을 현격히 낮췄어야 이치에 맞는다. 한국방송의 수신료 인상 방안에 광고 비중이 여전히 높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올해 말 종합편성채널의 사업자가 확정된다. 광고 시장의 치열한 ‘파이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으로 국내 유일의 ‘공영방송’임을 국민에게 환기시키는 동시에 광고 시장에서의 파이는 유지하겠다는 ‘꿩 먹고 알 먹기’ 식 방안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수신료 인상으로 2093억원의 수입이 늘고 광고 비중은 낮아질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줄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유지되어온 낮은 수신료는 상대적으로 광고 비중을 늘려왔고, 이는 한국방송이 공영성을 유지하는 데 해가 되어왔다는 것이 한국방송 쪽 주장의 골자다. 또한 질 높은 프로그램과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를 대비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재정 확보가 불가피하니 수신료에서 그 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방송의 입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방송은 639억원이라는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다. 안정된 재정 확보를 위해서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잃는 대목이다. 안정된 재정 확보가 반드시 수신료 인상을 통한 국민의 돈으로 이뤄져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한국방송의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는 주장도 그 순서가 바뀌었다. 한국방송은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빚어왔다. 사회의 비판,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언론사 사장 자리에 대통령 측근이 앉은 이후로 보도는 친정부적으로 치우쳐 공영방송의 성격을 잃고 있다. 광고 의존도가 높아서 공정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적인 독립성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독립성이 결여된 한국방송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그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현재 시청자 중 약 80%가 케이블텔레비전이나 위성방송을 통해서 한국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한국방송은 시청료 이중 부담이라는 국민의 문제에는 귀를 닫고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목소리만 내고 있다. 닭이 없이는 달걀이 형성될 수 없듯이 정치적인 독립성과 공정한 보도가 결여된 지금, 수신료 인상의 목소리는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기 힘들다. 그보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청자들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공영방송이 되는 것이 먼저임은 당연지사다. 이현화 서울 송파구 문정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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