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7 20:24
수정 : 2010.12.17 21:06
소흘IC를 굳이 곡선으로 하려 한다
직선이 덜 위험하고 돈도 덜 드는데…
주민들은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골프연습장’을 핵심으로 지목한다
국토해양부가 민자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 불통 행정을 펼쳐 지역 주민과 업체들로부터 반발과 함께 여러 의혹을 사고 있다. 문제의 도로는 2016년 개통 목표인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이다. 국토부는 이 도로 구간 가운데 2002년 제시한 포천시 소흘IC 부근의 ‘직선 노선’을 2007년 들어 애초보다 150m 더 늘어난 ‘곡선 구간’으로 슬그머니 바꿨다.
논란의 핵심은, 곡선으로 도로가 바뀌면서 공사비가 50억원 더 늘어나고, 토지 보상비도 100억원대 증가하는 점이다. 게다가 곡선으로 도로 선형을 바꿀 경우, 수백년 전통의 자연마을이 반으로 쪼개져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한다는 점이다.(<한겨레> 7월26일치 11면, <주간동아> 9월7일치)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중진 의원은 “직선을 고수할 경우 2004년 포천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골프연습장을 관통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 곡선으로 선형 변경을 한 것 아니냐”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국토해양위 여당 위원장도 여기에 가세해 정종환 국토부 장관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변경된 곡선 선형에 따라 지난달 중순 대우건설이 민간사업자로 참여한 서울북부고속도로㈜와 착공을 위한 가협약을 맺었다. 나아가 최근 들어서는 “내년 상반기 안에는 보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곡선 선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식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는 등 일방 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직선으로 하면 최소곡선 반경이 설계 기준에 위배되고 신규로 편입되는 땅 소유자의 역민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토부의 도로정책 자문위원인 현직 교수조차 이런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주민대책위에 제출한 ‘곡·직선 선형 비교 검토 의견서’를 통해 “곡선형은 진출입 연결로의 가감속차로 교통의 위험성이 높은 반면, 직선형은 운전자의 혼돈을 방지해 원활한 IC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주행 안전성 면에서 직선이 한결 우수하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종합적인 기술 검토 결과, 도로 이용자의 편이성과 건설비용 절감, 환경보호 등 모두 7가지 측면에서 직선형이 좀더 타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2004년 포천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이 지역에 들어선 골프연습장을 의혹의 핵심이라고 지목한다. 직선 도로 노선상에 골프장이 들어선 지 3년 만에 도로가 골프장을 우회하게끔 곡선으로 선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연습장이 아니라 천연잔디와 퍼팅홀 등 정규 골프 코스를 갖춘 이 골프장이 지난 정권에 서울 북부지역 여당 중진의 도움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설이 파다하다.
그런 정도의 정치적 배경을 업지 않고서는 도로건설 예정 부지에 버젓이 골프연습장 허가를 받은 뒤 이후에 도로의 방향을 틀어 기득권을 유지하는 과감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대책위는 최근 국토부 담당 국장과의 면담에서 제3의 전문기관에 공정한 평가를 의뢰하자는 절충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무시됐다. ‘4대강 밀어붙이기’가 바빠서인가, 다른 이유가 있는가? 이제 국토부는 ‘불통 행정’을 중단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원석 경기 포천시 소흘읍 주민대책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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