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7 21:07
수정 : 2010.12.17 21:07
‘교장중임제’를 ‘단임제’로 바꾸고,
능력있는 교장 경력자는
‘공모제’를 통해 그 능력을
더 발휘할 기회를 줄 것을 제안한다
조성범 전교조 편집실장이 쓴 지난 10일치 <한겨레> ‘왜냐면’의 ‘여교사 죽음 부른 근평제도’라는 글에 크게 공감하면서 몇 마디 덧붙인다. 필자가 알기로도 2001년 9월24일 전남 나주의 공산중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조성범 실장은 효과적인 대안으로 근평을 아예 폐지하고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교직 사회나 구체적인 근거를 중시하는 인사제도의 원리를 고려하여 근본적인 시각에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차원적·점진적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 전근대적인 제도가 질긴 생명력을 가지는 첫째 근본 원인은 교장·교감과 교사의 근무 조건에 너무나 많은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많은 수업과 생활 지도, 행정업무 등으로 숨 쉴 틈이 없는 반면, 교장·교감들은 업무 분장을 통해 행정업무마저 바쁜 교사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그래서 교감승진연수를 받게 된 교사들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며 환호성을 지른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진국들처럼 교사의 정원을 충분히 배치하여(현재 법정 정원 확보율은 약 80% 정도임), 교사들은 정해진 수업과 상담만 하고 연구시간을 충분히 갖게 하는 반면, 교장은 약간의 수업도 직접 하게 하고 생활 지도와 행정업무, 각종 잡무로 학교에서 가장 바쁜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목숨 걸고 승진하려는 교사는 사라지고 오로지 아이들만 바라보고 교육 활동에 열성을 다하는 교사가 많아질 것이다. 아예 대학처럼 ‘교장·교감 자격증 제도’를 철폐하고 ‘교원 직급보직제’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근본 원인은 현행 ‘점수 위주’ 승진제도의 ‘타당성 결여’이다. 승진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은 초임 때부터 ‘교육의 본질’ 따위에는 관심을 갖지 말고 한눈팔지 않고 경력, 연수실적, 근무성적, 가산점 등 크게 4가지 영역에서 17가지 이상의 각종 점수를 부지런히 모아야 된다. 한마디로 ‘점수의 노예’로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점수들을 따는 것이 ‘실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아부’와 ‘연줄’, ‘상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복잡하고 까다롭게 선발해서 임명된 교육 관료들이 놀라울 만큼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여 교내 인사 및 업무 분장은 물론이요, 교무회의 운영이나 공문 분류도 제대로 못해 학교 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교장중임제’를 ‘단임제’로 바꾸고, 능력있는 교장 경력자는 ‘공모제’를 통해 그 능력을 더 발휘할 기회를 줄 것을 제안한다. 이뿐만 아니라 ‘교무기획부장’ 보직을 철폐하고, 일부 사립학교처럼 ‘교감 순환 보직제’를 실시하여 교감이 교무기획부장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점수 위주’ 승진제도를 단번에 철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혁의 명분이 아무리 크다 한들 몇 십년간 기존 제도에 맞추어 살아온 기득권자들의 반발을 무시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확대해 가면서 낡은 제도를 서서히 쇠퇴시켜가야 한다. ‘평정점 제도’를 지금 당장 철폐할 수 없다면 당장 수술이 필요한 ‘근평제도’라도 철폐하거나 손질을 해야 한다.
박세철 전남 장흥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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