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7 21:09
수정 : 2010.12.22 10:17
15일치 ‘왜냐면’ ‘이기적인 펼침막 공세’를 읽고
‘왜냐면’에 실린 신승건씨의 ‘이기적인 펼침막 공세’라는 글을 읽었다. 글쓴이는 요즘 학교에 걸리는 고시합격생 축하 현수막에서 합격생들의 비뚤어진 우등의식을 느꼈고 이러한 ‘펼침막 공세’도 다른 학생들을 배려하면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글쓴이의 이러한 견해는 옳지 못하다고 본다.
글쓴이는 현수막의 주인공들에 대한 축하의 기준이 무엇이며 축하 방식이 자유의 정당한 행사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하고 있다. 현수막의 주인공들은 지금의 행복을 즐길 자격도, 축하받을 자격도 있다. 하루에 4~5시간씩밖에 못 자며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12시간 이상씩 책상에 앉아 합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에 떨어가며 공부한 그들이다.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공부했고 마침내 고시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들에겐 충분히 드러내놓고 자랑스러워할 일이고 축하받을 만한 일이다. 이처럼 힘든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뤘다는 것 자체가 축하해줄 만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의 ‘남의 숨겨진 열등의식을 자극해 자신의 드러난 성취를 비뚤어진 우등의식으로 더욱 공고화’ 운운하는 대목에서 짐작해보건대, 학생들이 현수막을 보며 열등감 내지는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듯 보인다.
열등감 자체는 개인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다. 그런 감정에 휩싸여 자기 자신을 내적으로 망가뜨리는 건 그 사람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에 따른 것이지, 고시합격생 현수막 자체에 의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구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고 왜 문제인지에 대한 설명도 부재하다. ‘쓸데없이 자신의 성취를 드러내놓고 자랑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열등감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수막을 게시하는 사람들이나 현수막의 주인공들이나 그것이 타인을 깔아뭉개고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혹은 열등과 우등의 대비를 노리고서 하는 행동도 아니다. 열등감을 느끼고 안 느끼고는 순전히 개인에게 달린 문제이며 개인의 이런 문제까지 고려해가며 행동할 이유는 없다.
고시에 합격한 이들은 같은 또래의 남들보다 두세배 이상 더 노력하여 자신의 인생을 산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그 정도의 축하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정도현 서울 강서구 공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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