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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2 10:18 수정 : 2010.12.22 10:18

셧다운제에 중학생은 적용하고 고등학생을 제외한 건 해괴하다 게임중독에 대한 청소년 피해에 눈 가리고 아웅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명문대를 다니던 20대가 자기 집에서 컴퓨터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뛰쳐나가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살해했다. 이 청년은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 증상을 보였다 하고 집에 있는 동안 며칠씩 인터넷게임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인터넷게임 중독의 대표적 사례이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혼돈에서 야기된 일종의 정신적 일탈 행위이다.

인터넷게임 중독의 무서움은 실로 간과할 사항이 아니다. 게임에만 몰두한다고 꾸중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태연히 자기 방에서 또 게임에 빠져드는 20대의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행보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는 며칠 전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예방한다며 일명 ‘셧다운제’(Shut Down)의 내용을 발표했다. 셧다운제는 이용자와 학부모가 요청할 경우 특정 시간대나 일정한 시간을 이용한 뒤에는 더이상 게임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도록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발표 내용은 16살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셧다운제는 참으로 험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4년 10월 와이엠시에이(YMCA),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흥사단 등의 청소년단체와 당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도입을 주장하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한 셧다운제는 2005년 8월과 2006년 10월에 국회에서 추진되었으나 청소년의 게임할 권리를 제한한다는 문화관광부와 게임업계의 논리에 밀려 2007년 5월에 흐지부지됐다.


이제 6년여 만에 다시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데 해괴한 것은 이 대상에 고등학생은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론상으로만 따지면 중학생은 게임하면 안 되고 고등학생은 밤새 게임해도 상관없다는 것인데, 이는 게임으로 나라를 살찌우겠다면서 대표적 이용자인 청소년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청소년보호에 생색만 내겠다는 정부의 천박한 발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건강국민연대 등 시민·청소년단체들도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보호연령 19살 미만으로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청소년이 게임할 권리가 중요하다면서 게임 중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변변한 대책 하나 제시하지도 못하고선 변죽만 울리는 이런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는 부분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인터넷게임 중독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제일의 목적인 제도다. 여기에 게임업계의 입김이나 고부가가치 게임산업 육성을 외치는 천박한 정부의 시각이 줏대 없이 녹아 있다면 이 제도는 하나마나다. 입만 열면 청소년이 미래의 주인공이라면서 게임 중독에 대한 제대로 된 제도 하나 제시하지 못하는 이런 정부가 뭘 청소년을 위하겠다는 건지 그 진정성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영일 NGO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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