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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07 20:27 수정 : 2011.01.07 20:27

중소기업을 위해 탄생한 채널이 ‘대기업 배 불려주기’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공공적 성격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올해 중소기업, 케이블 텔레비전 및 홈쇼핑업계의 최대 화두는 중소기업 전용 제6 홈쇼핑의 개국이었다. 초미의 관심사였음에도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빠져 소문만 무성했다. 지난해 12월13일 드디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정책 방안’이 발표되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수는 1개로 정했으며, 이 사업자 선정 시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지 구체적 배점 기준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사업자 선정 기준은 여러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많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이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중소기업 상품 편성비율 규제가 80%에 그쳤다는 점, 대기업 참여 컨소시엄은 감점하겠다는 모호한 기준만이 언급된 점, 실질적으로 구속력 있는 제한 사항이 없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부분이다.

물론 방통위 역시 이전과 같은 정책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세부 심사 기준을 숙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책의 틈을 파고든다면, 중소기업을 위해 탄생한 채널이 또 하나의 ‘대기업 배 불려주기’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기본적으로 제6 홈쇼핑 채널은 모든 면에서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공익적 보호망이 촘촘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채널 도입 목적 자체가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와 성장을 위한 것이므로, 철저히 공공재적 성격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기존 홈쇼핑과의 차별성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소기업 상품의 보호 및 육성이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우리홈쇼핑이 수익 창출이 목표인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설립 취지를 완전히 상실한 선례를 목격한 바 있다. 롯데쇼핑은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 당시에도 중소기업 제품을 80% 이상 편성하여 판매하겠다고 승인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명문화된 규제가 없어 이러한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제6 홈쇼핑 채널이 설립 취지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공적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대기업 지분율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수익성 확보를 빌미로 중소기업 외 제품을 확대하는 등의 잘못된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 기업은행 등 중소기업과 관련된 공공기관 및 단체가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또한 공적 보유 지분 외 기타 지분은 다양한 참여자에게 분산시키고, 보유주식을 5% 이내로 제한해야 마땅하다. 동일인의 지분을 제한함으로써, 민간기업의 무분별한 참여로 발생할 수 있는 운영상의 왜곡을 사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6 홈쇼핑 채널이 도입된 이후 최소 10년 이상 지분의 매각을 금지하는 방안 역시 고려해봄 직하다. 단기간의 이익 창출에 휘둘리는 운영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채널을 육성해야만 중소기업 제품을 안정적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1993년 프랑스 텔레콤(France Telecom)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오지에 통신서비스를 공급하는 등의 보편적 서비스의 지속적 제공을 위해 국내외 투자자의 5% 이상 지분 매입을 금지한 바 있다.


둘째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은 중소기업 제품의 편성비율에 관한 제한이다. 이번에 방통위가 발표한 중소기업 제품 80% 편성 규제는 얼핏 보기에는 높은 비중으로 보이지만, 홈쇼핑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일반 홈쇼핑 채널에서도 중소기업 제품을 60% 가까이 편성하고 있어 크게 차별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 전용’을 지향하는 홈쇼핑 채널에서 100%에 가까운 편성비중을 권고하지 않은 점은 대기업 제품 판매의 가능성을 절묘하게 열어두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 출범할 홈쇼핑 채널은 채널 설립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최소 90% 이상 중소기업 제품을 취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특히 홈쇼핑 채널의 프라임 타임인 오전 및 오후 9~11시 사이에는 중소기업 제품을 반드시 의무 편성해야 마땅하다. 매출이 높은 시간대에는 대기업 상품을 배치하고, 시청자가 거의 없는 새벽 시간대 등에 중소기업 상품을 배치하여 ‘눈속임 비율’만을 맞추는 폐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옛말에 ‘급히 먹은 떡이 체한다’는 속담이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채널 하나라도 빨리 생기는 편이 좋다’며 섣불리 정책을 결정했다가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송종길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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