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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12 11:02 수정 : 2011.01.12 11:02

엠비정부 들어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흑자분은 적자 메우는 데만 쓰며
환자부담금을 인상하려 한다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생활필수품 가격이 비싸져 서민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수신료, 전기료, 교통요금 인상소식도 들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건복지부는 용감하게도 의료비에 대한 환자부담을 높이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1조3000억원 적자가 났고 올해도 적자가 날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을 높여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게 될 경우 환자부담을 현재 60%에서 8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줄어들어 적자를 메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먼저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난 이유를 먼저 짚어보아야 한다. 원칙을 따져 보자면 건강보험제도는 1년을 기준으로 재정 지출을 먼저 예상한다. 그리고 건강보험료와 정부부담을 이런 지출에 맞추어 수입을 거두어들여 운영한다. 이에 근거해 건강보험료의 인상률이 결정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2010년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당황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이미 작년 이맘때부터 ‘예견하고 있었던 사건’이다.

그렇다면 작년 이맘때 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알면서도 이렇게 운영을 한 것일까? 여기에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 있다. 작년 이맘때 국민건강보험에는 2조3000억원이나 되는 돈이 흑자로 쌓여 있었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흑자로 메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기조는 올해 2011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2011년에도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데, 작년 적자를 메우고도 1조2000억원이 넘는 흑자가 있어서 재정은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건강보험 재정이 2조원이 넘는 돈이 있었다면 당시 왜 그 돈으로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높이는 데 사용하지 않았을까. 엠비정부 들어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은 낮아지기 시작했다. 2007년 64.4%였으나 2008년 62.2%로 후퇴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2조3000억원의 흑자분을 건강보험 보장수준 개선에 사용했다면 최소한 67% 수준으로 높아졌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엠비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흑자분을 2010년, 2011년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적자 규모가 커서 2011년 1월1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9000여억원을 사용하더라도 적자를 메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생각한 방안이 바로 ‘환자부담금’을 인상하여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비용을 더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말만 듣자면 일면 그럴싸해 보인다. 사실 그런 환자들은 ‘의원급’에서 치료를 받아도 된다는 점에 필자 역시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환자부담을 늘리는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정부는 그동안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절감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 지출은 연평균 12%씩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다른 어떤 산업분야보다 지출의 증가속도가 빠르다. 여기에는 노인인구의 증가, 의료기술의 발달이라는 요인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진료나 검사, 고가 약 선호 등으로 인한 낭비적 요인 또한 존재한다.


둘째, 이런 가벼운 질환의 환자를 의원급에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진료한 대학병원에 벌칙을 주지 않고 오히려 환자에게 책임을 묻는 잘못된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환자들을 대학병원이 의원급에서 진료를 받도록 안내하면 간단하다. 만일 수익 때문에 감기환자마저 진료할 경우 병원에 벌칙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셋째, 환자부담을 늘리는 방식은 중증환자의 부담 역시 늘리는 것이 되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오히려 더 후퇴시키는 일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조원이 넘는 돈을 보장수준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환자부담을 더 늘려 보장수준을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결론지어 보자면 이번에 환자부담을 늘리려는 시도는 건강보험 재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재정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해법은 있다. 대형병원들이 감기와 같은 경증질환자를 치료할 경우 수입에 도움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질병과 중증도를 구분하여 대형병원, 지역병원, 의원급이 치료해야 할 환자를 분류하고, 이에 따라 타당한 환자를 진료하면 더 많은 수가를 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 수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또다른 대책으로 ‘단골의원’이라는 것이 있다. 단골병원을 정해두고 이용하는 환자에게 본인부담 인하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환자에게 ‘페널티’만 줬다면 ‘인센티브’를 통해 환자의 행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가계에 부담이 될 수준의 상당히 높은 진료비 부담으로 인해 대형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대형병원 외래 진료비 인상 조처는 대형병원을 이용해야 할 저소득층 중증질환자들의 의료 이용을 막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엠비정부 들어서서 후퇴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더욱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만일 이번에도 환자 진료비만 인상하고 끝난다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만 부추기고, 환자부담만 늘게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해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제 결단해야 할 때이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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