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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01 17:25 수정 : 2011.02.01 17:26

한국전쟁 때 지원해준 우방국
‘지진 이재민’ 150만명 여전히 신음
인프라 등 지원 사업 활발하지만
관심 사그라지는 건 안타까워

장현식 한국국제협력단 이사

지난해 1월13일(현지시각 12일) 아이티에 진도 7.3의 강진이 발생한 뒤 우리나라 긴급구호대에 의료물품을 전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지진 직후보다 혼란과 불안은 가라앉았으나, 부상자의 대부분이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환자의 10% 정도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이 긴급히 설치한 이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어느 누구의 얼굴에서도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국제기구 지원캠프에 길게 줄을 늘어선 아이티 사람들의 눈물은 이미 말랐다. 삶의 터전과 혈육을 모조리 잃은 사람들의 무표정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

지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150만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아직도 안정된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하고 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성인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번져나가기 시작한 콜레라는 현재진행형이다. 지진 1주년을 기점으로 콜레라 확산세가 주춤하나, 여전히 매일 100여명의 새로운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그럼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지원의 손길은 아이티에 희망의 불꽃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이티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제사회의 아이티 지원은 지진 직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월25일 열린 ‘아이티 지원 우방국그룹 각료회의’에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14개국 외교장관과 국제기구 등이 참석해 아이티 재건을 위한 6대 원칙과 3대 장기 전략목표에 합의했다. 지진 2개월 뒤에는 아이티 재건복구 관련 고위급 준비회의와 원조공여국회의가 잇따라 개최됐다. 좀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진 복구와 재원 마련 계획이 수립됐다. 지금까지 모두 1만2천개의 국제 NGO가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였다.


우리나라는 아이티 공무원들을 국내로 초청해 국가 재건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노하우와 지식을 전수해주고 있다. 전력사업을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오는 4월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직업훈련원, 초등학교와 병원 건설 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이티는 60년 전 우리나라가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현재 물가가치로 800만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해줬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이제야 우리는 ‘빚’을 갚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티에 대한 관심이 점차 사그라지는 점은 아쉽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21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지원된 금액은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지진 직후 국내에서는 유례없는 민간모금 열기가 일어나 200억원 가까운 돈이 모였지만 두 달 정도 지난 뒤에는 관심도, 열기도, 모금액도 급격히 감소했다.

60년 전 이역만리의 아시아 국가를 선뜻 도왔던 아이티가 예전처럼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나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다. 1년 전 슬프게 바라봤던 아이티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곧 웃음을 찾아볼 수 있도록 그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미는 지구촌 시민정신의 확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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