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갈이나 해야겠다 싶어 늘 가던
이발소, 연탄 난로는 여전히 온기를
뿜고 슥삭거리는 가위질 소리보다
위이이잉거리는 커터기 소리만 증폭되고
라디오에서는 아이엠에프마냥 징징거리는
엠시들의 목소리가 역겹게 흘러나오고
수박껍데기는 말려서 버리면 쓰레기양을 줄이느니
겨울에 수박 먹을 수 있는 건 부자다라며
자기네들끼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질을 해대는
그들의 목소리를 흘려보내다 히죽거렸다. 수박껍데기,
소가 좋아하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경주 변두리에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집에 살 때
주인할머니께서 키우던 소가 있었는데
녀석은 수박껍데기만 보면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코뚜레에 꿰인 코가 찢어질까 겁나게
고개를 홱홱거렸었는데,
녀석은 아마도 지금쯤이면 정육점에도 없겠지.
아마도 수박맛이 났을 텐데 날이 다 돼가는 가위는 머리칼을 자꾸만 씹고
내색하지 않으려 지그시 눈을 감다 뜨다
그렇게 머리 감고 거울 보니 ‘아~, 이 아저씨, 또 동글동글하게 깎았네’ 그렇게 절간 풍경마냥 동그란 소리. 황새울/울산 남구 신정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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