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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씁쓸한 기도 |
요즘 높은 물가와 전세난 때문에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렵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삶으로 사람들 얼굴엔 시름이 깊다. 이렇게 삶이 팍팍해지면 사람들은 종교에 기대어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일주일에 한번 성당이나 절 또는 교회에 가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갖는 까닭이 바로 그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난 일요일, 기독교 신자인 나는 언제나처럼 교회에 갔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지역에서 꽤 크고 이름도 알려진 곳이다. 예배를 시작하려는데 목사님이 나와서 광고를 했다. 그날 광고는 여느 때와 달리 꽤 길고 목사님의 목소리도 컸다. 목사님이 성도들 앞에서 흥분한 까닭은 바로 정부와 여당이 준비하는 ‘수쿠크법’(이슬람 채권법) 때문이었다. 목사님은 이슬람 지하자금을 세금 없이 마구 들이면 한국에 이슬람교가 무섭게 퍼지고 테러를 지원하는 돈줄이 될 것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수쿠크법’에 대한 비판은 예배를 끝내는 기도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날 교회를 나서는 내 마음은 씁쓸했다. 기독교 성직자로서 이슬람을 경계하는 마음은 알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어서 안타까웠다.
그동안 기독교계는 정부의 정책 부실로 말미암은 물가, 전세난, 구제역 같은 서민 생활의 큰 문제들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수쿠크법’에는 한목소리로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일부에선 대통령 하야까지 들고 나왔다. 장로니까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국은 민주국가지만 공산주의 중국과의 무역이 가장 많고, 기독교와 천주교를 믿는 사람이 많지만 이슬람 나라에서 석유를 사 온다. 또 국제결혼이 늘어가면서 다인종, 다종교 국가로 바뀌고 있다. 이런 세계화 속에서 지금의 한국 기독교계는 이기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불법선거 문제, 일부 대형 교회 및 성직자의 비리·추문에는 눈감고 힘든 삶을 사는 성도들의 목소리에 귀 닫는 기독교. 기도하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홍성국 서울 중랑구 상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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