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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5 20:12 수정 : 2011.03.15 20:12

윤대엽 대만 국립정치대학 방문연구원

예상을 초월하는 피해 앞에서
애도와 지원이 아닌 왜곡으로
악의적 감정을 재생산하는
나쁜 언론의 자성이 필요하다

일본의 고통을 기회 삼아 그릇된 역사를 재생산하는 나쁜 언론이 있다. 사상 유례없는 재해로 일본의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사회시설이 파괴되었다. 한국은 물론 세계 사회 전체가 애도하고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일부 언론은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고 그릇된 역사인식을 재생산하고 있다.

지난 3월12일 한 인터넷 매체는 “일본 네티즌, 지진 틈타 한국인이 약탈, 루머”라는 제호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의 요지는 일본 네티즌들이 지진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한국인과 재일동포가 약탈을 하고 있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인이나 중국인은 일본의 고통을 기뻐할 것이라는 문구까지 소개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고까지 했다. 당연히 간토(관동)대지진 때 발생한 조선인 학살에 대한 불행한 역사를 연계시켰다. 그리고 이 기사는 대형 포털에 머리기사로 게재되었다.

그러나 진짜 충격은 일부 네티즌의 루머를 기사화한 나쁜 언론이다. 극소수 일본 네티즌의 루머, 그것도 극소수 편향된 한국 네티즌에 의해 가공된 루머가 기사의 재료가 되었다. 일본 네티즌 발언의 출처가 어디인지, 사실인지, 그리고 누구인지에 대한 확인은 없었다. 당연히 한국 쪽 루머에 대한 확인도 없었다.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은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진실의 왜곡이라는 양면을 가진다. 정작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야 할 언론이 익명성에 기대어 선정적 기사를 생산할 것이라면, 기자는 왜 필요한가?

나쁜 언론의 의도는 분명하다. 돈이 되는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읽히는 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이었을 것이다. 진실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적 파장에 대한 고심은 전혀 없다. 더 큰 문제는 나쁜 언론이 기생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조건이다. 한국 언론이 ‘역사’가 아닌 ‘감정’만을 재생산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세대와 정파를 초월한 한국 사회의 반일감정이 나쁜 언론과 상호 강화작용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반복되는 일부 일본 정치가의 망언도 문제지만 나쁜 언론에 의해 재생산되는 왜곡된 ‘감정’ 역시 한-일 관계에 큰 장애물임을 자각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재해로 인한 일본의 피해는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 깊은 애도와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고통을 기회 삼아 역사를 왜곡하고 악의적 감정을 재생산하는 나쁜 언론의 자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나쁜 언론을 냉정히 평가할 수 있는 건강한 대중의 역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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