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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8 20:28 수정 : 2011.03.18 20:28

구제역도 무섭지만 풀과
원자재 값도 만만치 않다
100%로 오른 유기농 사료비율도
농가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신종식 전북 고창군 신영목장 목장주

얼마 전 아들한테서 이번 구제역 때문에 소들을 살처분한 한 농가의 아들이 직접 올린 가슴 절절한 글이 인터넷에 돌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상시엔 잘 접할 수도 없었던 시골 구석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파했다. 과연 그 누가 10년 넘게 친자식보다 더 아껴가며 키운 소들을 산 채로 묻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축산업을 하는 사람이래도 저마다 가진 사연이 다를진대 감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이번 구제역 사태를 보면서 처음 유기농을 시작하고 나서, 생때같은 소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다행히 이번 구제역이 고창 지역은 비껴갔지만 공기로도 전염된다는 그 바이러스가 또 언제 창궐할지 모른다. 자나 깨나 소독과 방역에 정신을 못 차리긴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구제역이 사람에게도 옮는다’, ‘구제역 백신을 맞은 소의 고기는 안전하지 않다’는 등 쉴 새 없이 퍼져가는 무책임한 말들이 매일 아침 소 밥 주러 나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소젖 짜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건 우리 손주들한테 할애비가 직접 키운 질 좋은 우유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젖소 우유 내는 일이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구제역도 무섭지만 소에게 먹일 풀에 원자재까지, 소 키우는 데 드는 돈이 계속 오를 것이라 해서 더 걱정이다. 젖소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풀의 양은 엄청나다. 축사 옆 목초지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풀도 직접 먹이지만 이것만으론 턱없이 모자라 축사에 갖다 먹이는 사료만도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지금껏 유기농가 육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85%까지 조정해놨던 사료 비율이 최근에 유예기간이 만료되어 이제는 100% 유기농으로만 사료를 먹여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선 소에게 먹일 풀조차 수입해다 먹여야 하는 처지인데, 비율마저 바뀌면서 농가에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동안은 우리나라 유기낙농을 육성한다고 기준을 어느 정도 완화했던 것인데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까다로운 수준으로 인증 조건이 올라간 것이다. 아직 일본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니 혼자서 앓는 소리만 할 건 아닌 것 같다.

우리 축산 농가들은 이번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특히 우유는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아주 중요한 영양 보급원이다. 우유만큼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지키고 싶은 것이 모든 농가의 마음일 것이다. 온 나라가 힘을 합해 우리의 소중한 먹을거리인 우유를 지키기 위해 힘을 합한다면 이 일을 계기로 좀더 건강하고 단단한 축산업의 기반이 다져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손주한테 좋은 우유를 먹이겠다고 한 약속이 부끄럽지 않도록 나 스스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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