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접하며
그동안 반핵운동을 접고 벌인
에너지운동이 오류가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돌아보게 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1990년대 초반 들어 공해추방운동이 환경운동이란 말로 바뀌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반핵운동이란 말이 점차 사라지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에너지운동, 기후변화운동이란 말이 일반화되었다. 당연히 환경단체 이름에서도 ‘공해’와 ‘반핵’이란 용어가 대부분 사라졌다.
사회와 시대가 변모하고 따라서 사회운동의 흐름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해를 추방하고, 핵에 반대하여 평화를 추구’하는 환경운동의 내용은 변화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1980~90년대 치열했던 반핵운동을 경험한 바 있는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접하면서 ‘아차’ 싶었다. 그동안 반핵운동을 접고 에너지운동을 해온 것에 ‘오류가 있지 않았나 싶다’는 느낌을 피력하고 있다. 사실 서구나 동양이나 반핵운동은 ‘핵실험 반대, 핵사고 위험에 대한 대중의 각성’이 운동의 구심력이었다. 그런데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25년이 지나는 동안 특별한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반핵이라는 메시지보다는 풍력이나 태양력 등 대안에너지 메시지가 더 주요하게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반핵단체인 그린피스조차 반핵담당자들이 소수화되고 ‘에너지와 기후팀’에 소속되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다.
반핵을 말하면 오래되고 진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향마저 있다. 핵문제는 그렇게 우리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었던 거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체르노빌 사고 수습에 참여했던 우크라이나의 핵전문가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보고 ‘체르노빌 사고로부터 교훈을 전혀 얻지 못했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2000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체르노빌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이름이다. 체르노빌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적과 알 수 없는 근심·걱정을 담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사건이다. 체르노빌은 현재 우리에게는 물론 앞으로 여러 세대 동안 잊혀지기 힘든 이름이 될 것이다.”
우리는 후쿠시마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기존 원전의 안전체계를 강화하고, 신규 원전의 내진설계기준을 높이며 사고에 대비하여 반경 30㎞ 밖으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전 국민이 방독면을 구비하고 요오드를 상비하는 일들? 그런데 만약 후쿠시마와 같은 핵사고가 일본이 아닌 중국의 상하이 원전에서 발생했더라면 어떠했을까? 기상청의 말대로 일년 내내 분다는 편서풍에 방사능에 오염된 구름이 한반도를 덮쳐 방사능 낙진이 여기저기 떨어지는 상황에서 강화된 안전기준과 숙달된 대피훈련이 우리를 지켜줄까?
삼면이 바다인 우리는 달리 도망갈 곳도 없다. 중국에서 핵사고가 발생하지 말라고, 핵발전소가 있는 영광에서, 고리나 월성 혹은 울진에서 사고가 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훨씬 속편하고 실속있는 대책이지 싶다. 기도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정부나 원자력산업계는 다음과 같이 기도하지 않을까 싶다. “천재지변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능 바람이 중국에서 한반도로 불지 않게 해주세요. 바닷가에 위치한 한국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방사능 바람이 내륙으로 불지 말고 일본 쪽이나 중국 쪽으로 불게 해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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