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22 20:39
수정 : 2011.03.22 20:39
김대임 도쿄 도시마쿠 미나미오쓰카 거주
한국 유학생이 많이 거주하기도 하고, 또한 대표적인 한인타운이 형성된 신오쿠보 거리는 지진 전만 하더라도 주말은 물론이거니와 평일마저도 거리를 제대로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붐비는 곳이다. 지진이 있기 전인 2주 전에 얼큰한 한식의 탕 종류를 좋아하는 집사람을 위해 신오쿠보에 들른 적이 있었다. 토요일인 탓도 있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음식점마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오늘은 때마침 신오쿠보에 위치한 사회연금사무소에 업무가 생긴데다, 거의 바닥을 드러낸 김치와 된장을 사기 위해 한인 슈퍼에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를 비켜 다니면서 물건을 집어야 할 정도로 붐비던 가게 안의 모습이 마치 썰물 때를 맞이한 해안가처럼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동북지역 지진 여파가 이곳 도쿄의 일상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했다.
나중에 재입국 허가를 받기 위해 학교에 방문한 한국 학생들로부터 들은 내용이지만, 아르바이트 직원의 대부분을 한국 유학생들로 활용하던 신오쿠보의 한인 가게들이,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게다가 이곳을 찾는 일본인들도 급격히 줄어들어 당분간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자세에 있어 한국인과 일본인이 이렇게도 차이가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이다. 입국관리국에서 재입국 허가를 받기 위해 거의 1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과, 일본인들이 차분히 일상업무 속에서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며칠 전 한 일본 지인이 이러한 태도에 대해 푸념을 했다. 그리고 그날 한국의 모 방송사에 항의를 했다고 한다. 한국의 방송만 보고 있자면, 일본이 내일 침몰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일본에 유학생이나 가족을 둔 부모들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실제로 재학중인 많은 한국 학생들이 유학을 포기하고 중도 귀국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귀국을 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성화에 못 이겨 귀국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눈물을 흘리면서 귀국을 하는 유학생도 있다. 어떤 이는 몇 년 동안 계획해온 일본 유학을 완전히 포기하기도 했다.
물론 일본의 현재 상황이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패닉에 빠질 정도의 상황일까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가 너무나 크지 않나 싶다. 한국 언론의 보도가 좀더 냉정해야 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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